매일신문

[사설] 언론중재위 장악해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반민주 폭거

4·7 보궐선거에서 민의의 심판을 받았음에도 여권의 반민주 폭주는 멈추지 않는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위상을 중립적인 독립기구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언론위원회로 개악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여당의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대표 발의로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됐다.

개정안은 언론 장악 의도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현재 언론중재위원장은 위원들의 호선을 통해 선출하는데 개정안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또 10명 이상 규모로 신설되는 상임위원도 문체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으며, 법관 이외의 공무원이나 정당원은 중재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한 현행 규정도 삭제했다.

이뿐만 아니다. 현행법은 중재위원을 90명 이내로 하고, 법관·변호사·기자·언론에 관한 학식이 풍부한 사람 등 4개 범주로 나눠 문체부 장관이 위촉하되 법관·변호사·기자의 비율이 전체의 60%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바꿔 위원 수를 120명으로 늘려 법관·변호사·기자의 비율을 43%로 낮추고, '인권'과 '언론 감시 활동 종사자'라는 2개 범주를 추가해 29%를 차지하도록 했다. 정권에 밀착한 인사, 정권의 잘못을 비판하는 언론에 적대적인 인사를 채워 넣으려는 의도 아니겠나.

언론사에 강제성 있는 결정을 내리는 중재위를 이렇게 사실상 정부가 장악한 기구로 변질시키겠다는 것은 정권이 중재위를 이용해 언론을 정권에 고분고분하도록 길들이겠다는 소리다. 여권은 중재위 장악으로는 못 미더운지 위헌 소지가 다분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까지 개정안에 넣었다.

여권의 개정안 발의는 그 자체로 언론 자유의 부정이자 국민의 알 권리를 물리력으로 차단하려는 반민주적 폭거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을 겸하고 있는 황희 문체부 장관까지 개정안에 대해 "상당한 우려가 있다" "수용 곤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나. 이런 법안이 발의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세계의 웃음거리다. 당장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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