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소프트웨어 기업 A사는 지난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수주받은 시스템 유지관리 프로젝트에 큰 차질을 빚었다. 프로젝트를 맡고 있던 5~7년 차 개발자 4명이 이직을 이유로 급작스레 퇴사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워진 탓이다.
A사 대표는 "숙련된 직원들이 차례로 사직해 버리니 프로젝트 진행은 한동안 중단됐고, 회사는 숙련된 직원과 고객 신뢰까지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고 했다.
수도권 정보기술(IT)·게임업계가 최근 무더기 채용을 통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지역 IT업계가 인력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개발자 900명을 채용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는 지난해 대비 50%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올해 개발직군 연봉을 2천만원 인상한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직원 700명 모집 중이다. 넥슨도 최근 세 자릿수 규모의 개발자 특별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수도권 IT기업의 개발자 영입 경쟁의 연쇄작용으로 지역 IT업계의 인재풀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B사의 경우 올해만 직원 3명이 이직을 이유로 사표를 냈다. 회사는 급히 인력 수혈에 나섰지만, 원하는 수준의 개발인력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B사 관계자는 "올해 신규 채용한 인력 중 절반 이상이 IT 관련 비전공자"라며 "어느 직종보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여서 전공자 채용을 선호하지만, 최근 전공자의 몸값이 크게 높아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역 게임업체 C사 대표는 "현재 수도권 IT 및 게임 관련 대기업의 초봉은 대략 5천만~6천만 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1천만원 가까이 늘어났다"며 "대구는 그나마 비교적 저렴한 집값과 물가 덕분에 지금껏 어느 정도 균형이 맞췄고, 연봉이 조금 적어도 대구 생활을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무의미해졌다"고 설명했다.
지역 IT업계는 연봉 인상, 각종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집안 단속'에 나서고 있다.
A사 대표는 "올해부터 직원들의 연봉을 13% 정도 대폭 인상했다. 프로젝트 수당을 늘리고 장기근속자에 대한 여가비,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주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부담이 큰 시도지만, 빠르게 변하는 현재 상황에 대응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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