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에선 자중론(自重論)이 확산하고 있다.
총선참패의 악몽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총선 직전 지도부였던 강성 이미지의 나 전 의원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득을 볼 것이 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 낙선에 이어 지난 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경선에서도 쓴잔을 마시면서 민심(民心)과 당심(黨心)의 평가를 이미 받은 인사가 정계개편으로 소용돌이 칠 대선국면을 끌고 갈 당수(黨首)로 적합하냐는 비판도 있다.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이 난데없는 특정지역 배제론에 편승하기보다는 본인의 정치적 역량으로 역경을 딛고 올라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보다 멀리 가는 길이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내달 치러질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의사를 밝힌 인사는 4일 현재 모두 7명이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홍문표·조해진 국회의원과 출마를 기정사실로 한 주호영 전 원내대표(대구 수성갑, 10일 출마선언)에 이어 조경태·권영세·윤영석·김웅 의원이 출마를 결심한 상태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이 합류할 기세다.
나 전 의원 측은 4일 "출마 여부를 열어놓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은 강경 보수 이미지임에도 불구,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정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어 유력 후보군에 속 한다.
그러나 당내에선 고개를 가로젓는 분위기가 강하다. '본인에게는 정치적 경력을 쌓아올리는 기회가 되겠지만 대선을 앞둔 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의구심이다.
당 관계자는 "대선은 중원싸움인데 강경파 빠루 선생을 간판으로 어떻게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며 "나 전 의원은 지난 총선 참패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 하기 때문에 자칫 당이 '황교안 체제 2.0'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나 전 의원의 당직 도전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최근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계복귀 움직임에 '좀 더 천천히, 더 계시는 게 좋지 않을까. 지난해 총선 패배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당내에선 나 전 의원이 '내로남불'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또한 국민의당과의 통합,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연대 등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기에는 나 전 의원의 정치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최근 치른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상처를 많이 입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직후 당 대표 출마를 권하는 지인들에게 '연이은 선거패배로 심신이 지쳐서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정치적 상황변화에 부화뇌동하다가는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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