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7천억 원 더 들인 월성 1호기를 이사회 의결도 없이 폐쇄했다

경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규정을 어긴 게 드러났다. 월성 1호기를 4년이나 앞당겨 폐쇄시키려고 문재인 정부가 조직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관련 서류를 폐기한 데 이어 또 다른 무리수가 동원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개입 의혹까지 불거져 감사원 감사 등 조사가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입수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관련 발전설비 현황조사표'에 따르면 한수원은 월성 1호기에 대해 "조기 폐쇄가 불가피하다"며 폐지 계획을 산업부에 제출했다. 한수원 이사회에서 의결하기도 전에 한수원이 먼저 정부에 월성 1호기 폐지 계획을 보고한 것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실제로 이사회가 결정한 것은 폐지 계획을 제출하고 약 7개월이 지난 2018년 6월이었다.

한수원 이사회 규정에는 "발전소 같은 기본재산 처분은 이사회가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처럼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이사회 의결도 없이 독단적으로 정부에 제출했다. 자칫하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한수원이 자체 판단만으로 정부에 제출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산업부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한수원 보고는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근거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사안이 심각하다. 산업부는 한수원 보고와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바탕으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월성 1호기를 제외했다. 이렇게 만든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다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근거가 됐다.

월성 1호기는 7천억 원을 들여 안전 보강까지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으로 조기에 폐쇄됐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조작, 규정 위반까지 이뤄졌다. 월성 1호기를 조기에 죽이기로 작정하고 불·탈법을 자행한 청와대, 산업부, 한수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친정권 인사인 김오수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취임할 경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검찰 수사는 흐지부지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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