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안평면 한 시골.
밭일이 태산인 아빠,
셋째 육아에 하루가 짧은 엄마,
삼십리길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두 공주.
해가 산마루에 걸릴 무렵에서야 가족은
마당 앞 산책로, 자두밭을 찾았습니다.
놀이터가 따로 없습니다.
냉이꽃이 뽀얀 풀섶은 넘어져도 즐거운 운동장.
하이(5)가 뛰자 껌딱지 유이(4)가 토끼발로 쫓습니다.
언니는 무슨, 동네서 단 둘 뿐인 '단짝 친구'입니다.
귀농 5년차인 송승리(34)·손다은(30) 씨 부부.
"도시 생활 오래하면 귀농 어렵다."
회사 부속품 같은 직장생활 3년여 만에
의기투합했던 그날이 꿈만 같습니다.
물러설 곳 없는 잠 못 이룬 나날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아득했던 '내집'은 1억7천만원
주택계량사업 자금 융자로 벌써 해결했습니다.
막막했던 일자리는 연 매출 3억원을 훌쩍 넘겨
직원까지 둔 청년 농부 CEO가 됐습니다.
송씨는 농사, 아내는 유통을 밤 늦도록 팠습니다.
귀농 필수 코스 경북농민사관학교는 물론
사부 아버지표 비법도 깨알같이 받았습니다.
복숭아·자두·마늘·벼 28,100㎡(8천500평)
농사를 지어 직거래로 팔았더니
'따상', 곱절로 불었습니다.
'빅토리 팜' 법인에 이웃 농산물 택배서비스,
농촌 체험장과 팜파티에도 도전장을 냈습니다.
생산·가공·유통·체험을 아우르는 6차산업으로,
'돌아오는 농촌' 개척자로 뼈를 묻을 작정입니다.
이제 꿈을 향해 달릴 일만 남았습니다.
최대 관심사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일.
'인구소멸' 의성에서 셋이나 낳았더니
분윳값, 기저귓값 지원이 줄을 어었습니다.
초등까진 돈 들 일 없지만 중·고등학교가 문젭니다.
'학원빨' 도시에 한참 기운 운동장이 걱정입니다.
아기 울음소리 그친 시골에 소아과는 언감생심.
아프면 밤중에도 40분 거리 안동까지 내 달립니다.
면 소재지 최고 맛집은 짜장면집과 치킨집.
햄버거가 생각나 40km를 운전한 적도 있지만
새싹과 들꽃, 잠자리와 매미가 철 따라 놀아주는
전원생활을 부부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로봇이 일자리를 앗아가는 도시.
도로·인터넷·농기계 어딜 봐도 엄지척인 한국 농촌….
'청년 귀농 인큐베이터' 의성 이웃사촌 시범마을엔
그새 130명의 청년들이 들어와 꿈을 찾고 있습니다.
교육·의료만은 이들이 어찌 할 수 없습니다.
돌아오는 청년들이, 이 부부가 딴맘 먹지 못하도록
정부가, 지자체가 팔 걷고 먼저 준비해 둘 일입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