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NS에서 우연히 2011년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방영되었던 '두 친구의 동행'이라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내용은 척추 신경에 이상이 생겨 비정상적인 걸음걸이를 초래하는 '경직성 하지 마비'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영선이를 7년 동안 지극 정성으로 챙겨주던 친구 혜선이가 1년 전부터 똑같은 희귀병을 앓게 되었다는 놀라운 사연이었다.
영선이는 전염성이 전혀 없는 병이라는 걸 알지만 자신에게 병이 옮았다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끼는데, 방송을 통해 정밀 검사를 받게 된 혜선이는 놀랍게도 "신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친구와의 유대가 깊어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신체의 이상이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가 더 힘들다는 결과를 받게 된다. 검사를 진행한 의사조차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당황스러워 했다. 결과를 들은 혜선이가 울먹이며 "내가 왜 다리가 이렇게 돼서 영선이에게 그런 오해를 줬는지 미안하다"라고 이야기하던 마지막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이 영상을 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대감이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까 생각해 보았다. 친구와 공감하는 마음이 얼마나 크기에 신체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지, 그 마음을 감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 당시 19살이던 두 친구는 10년이 지난 지금 서른을 앞두고 있을 것이다. 방송 이후의 경과가 궁금해서 후속 기사를 찾아보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의 일은 알 수 없었다. 부디 그 친구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기를 마음 속으로 바랐다.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할 때, 그 사람과의 공통점을 찾으며 유대감을 형성한다. 작은 버릇이나 습관 하나로 대화의 물꼬를 트기도 하고, 처음 만난 사람의 휴대전화 배경화면 속 반려동물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성공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공감의 힘'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상대방과의 공감은 큰 힘으로 작용한다.
불현듯 내가 20대 초반일 때 있었던 몇몇의 사건들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내 성격이 이상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인들과 다툼이 잦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하면 정말 별 거 아닌 일들이었는데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상대방과 공감하려는 마음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내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만 더 부각시키며 그 사람과 맞지 않는다고만 생각했다.
지난 시절 나의 과오를 깨닫고 난 후,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연기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공연에 캐스팅되어 대본을 받으면, 우선 내가 맡은 역할에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먼저 그 인물에 공감하고 연기해야, 공연을 보는 관객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 마음 한편에 조그마한 찌르르함을 남기는 것. '공감의 힘'을 앞으로도 소중히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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