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文이 감사해야 할 사람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 최태원 SK회장(가운데),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 최태원 SK회장(가운데),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국가 간 외교는 주고받는 것이다. 줄 수 있는 국가는 큰소리를 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국가는 소외되거나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생존마저 위협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코로나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그나마 방미 성과를 거둔 것도 미국이 원하는 것을 우리나라가 줄 수 있었던 덕분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44조 원의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놓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 대표들을 일으켜 세워 박수를 보내고, '생큐'를 세 차례나 연발했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투자 등 한국 기업들이 '선물 보따리'를 풀지 않았다면 문 대통령 방미 결과는 기대 이하였을 것이다.

반도체 등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를 주름잡게 된 것은 기업인들의 피 나는 노력, 역대 대통령들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영국이 증기기관을 만들어 400년간 세계를 제패했는데 나도 그런 생각으로 반도체에 투자했다"고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우리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 반도체 1등을 성취했다. 시대를 앞서 간 거인들이 없었다면 세계 1등 기업들이 배출되지 못했을 게 확실하다.

미국·일본 등 해양 세력이 주도하는 산업 시스템에 한국이 승선한 것도 반도체 강국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국 등 대륙 세력에 붙었다면 반도체는커녕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북한과 같은 신세가 됐을 수도 있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문제는 반도체·배터리처럼 한국이 앞으로도 국제 무대에서 지렛대로 내세울 수 있는 '그 무엇'을 계속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거와 이념 타령을 하면서 기업인들을 옥죄는 문 정권을 보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잘못이 탈원전 정책으로 국가 먹을거리인 원전산업을 초토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방미 일정을 마무리하며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했다. 대통령 노력도 없지 않았겠지만 기업인들과 역대 대통령들이 켜켜이 쌓아 올린 기반이 방미 성과를 도출했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이 깨달았으면 한다. 세상 모든 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이리저리 치이면서 만들어진 총체적 결과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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