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간 외교는 주고받는 것이다. 줄 수 있는 국가는 큰소리를 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국가는 소외되거나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생존마저 위협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코로나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그나마 방미 성과를 거둔 것도 미국이 원하는 것을 우리나라가 줄 수 있었던 덕분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44조 원의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놓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 대표들을 일으켜 세워 박수를 보내고, '생큐'를 세 차례나 연발했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투자 등 한국 기업들이 '선물 보따리'를 풀지 않았다면 문 대통령 방미 결과는 기대 이하였을 것이다.
반도체 등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를 주름잡게 된 것은 기업인들의 피 나는 노력, 역대 대통령들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영국이 증기기관을 만들어 400년간 세계를 제패했는데 나도 그런 생각으로 반도체에 투자했다"고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우리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 반도체 1등을 성취했다. 시대를 앞서 간 거인들이 없었다면 세계 1등 기업들이 배출되지 못했을 게 확실하다.
미국·일본 등 해양 세력이 주도하는 산업 시스템에 한국이 승선한 것도 반도체 강국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국 등 대륙 세력에 붙었다면 반도체는커녕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북한과 같은 신세가 됐을 수도 있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문제는 반도체·배터리처럼 한국이 앞으로도 국제 무대에서 지렛대로 내세울 수 있는 '그 무엇'을 계속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거와 이념 타령을 하면서 기업인들을 옥죄는 문 정권을 보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잘못이 탈원전 정책으로 국가 먹을거리인 원전산업을 초토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방미 일정을 마무리하며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했다. 대통령 노력도 없지 않았겠지만 기업인들과 역대 대통령들이 켜켜이 쌓아 올린 기반이 방미 성과를 도출했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이 깨달았으면 한다. 세상 모든 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이리저리 치이면서 만들어진 총체적 결과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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