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효자라도 긴 병에는 효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도 점점 먹혀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책임 의식을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감염병에 걸린 자신이나 집단 전파한 기관·단체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까. 마스크를 입에 달고 다니는 등 감염병 방역이 일상화되고 백신 접종이 확대되는 만큼 개인이나 기관·단체가 잘못을 인정하는 비율은 줄어들 것 같다.
전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방역 조치에 대해 국민의 책임 의식이 옅어졌다. 이중잣대 적용에 복불복이란 인식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지난 주말인 22일, 야외 농장에서 세 부부 6명이 모여 점심을 먹었다. 감염병 시대 이전부터 수시로 해온 모임으로 한동안 중단했다가 이날 다시 모인 것이다. 텃밭에서 키운 채소 등으로 쌈밥을 먹는 일은 스트레스를 풀기에 최고다. 전국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계속 시행됨을 알지만, 일행 누구도 이를 말하지 않았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시행된 초기에는 이를 잘 지켰다. 남녀 3명씩 따로 모이거나 두 가족만 만났다. 주위 눈치고 보고 함께 이동할 때에도 조심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중잣대를 적용하며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갔다. 가족처럼 잘 아는 사람들이 야외에서 모이는 것은 괜찮다고 나름 판단한 것이다.
방역 당국이 요구하는 지역 간 이동이나 외출 자제도 마찬가지이다. 가능하면 외출하지 말라고 하는데 모호하기 짝이 없다. 최근 직업 군인인 아들이 휴가를 나오지 못하기에 대신 한 번 찾아갔다. 아들이 더 조심하며 오지 말라고 했지만, 답답한 생활에 나들이를 겸해서 찾아간 것이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이나 요양병원에 있는 부모를 면회하는 게 가급적인 외출 자제에 해당하나.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나 영화 보러 가는 것을 언제까지 자제해야 하나.
이제 우리 국민은 코로나19를 복불복으로 여긴다. 감염병에 걸리는 검사 과정, 백신 접종에 이르기까지 아프거나 죽는 등 모든 것을 재수가 없으면 벌어지는 일로 치부하고 있다. 확진 판정에도 감염 경로를 모르고 백신 선택권도 없고, 아직 국민 다수는 접종 시기도 모른다. 이쯤이면 복불복으로 반항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현행 거리 두기(수도권 2단계·비수도권 1.5단계)를 3주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6월 13일까지다.
이에 따르면 전국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유지되며, 동거 가족과 직계 가족·상견례·영유아 포함 모임 등은 8인까지 만날 수 있도록 한 예외 조치도 그대로다.
거리 두기 2단계 지역의 식당·카페에서는 오후 10시까지만 매장 내 영업이 가능하며, 이후엔 포장·배달만 할 수 있다.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방문판매 등을 위한 직접 판매 홍보관, 파티룸, 실내 스탠딩 공연장도 오후 10시까지 운영할 수 있다. 유흥주점, 단란주점, 감성주점, 콜라텍(무도장 포함), 헌팅포차 등은 집합금지 대상이다. 사우나·찜질방 등 목욕장업은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운영할 수 있지만,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된다. 스포츠 경기는 수용 가능 인원의 10% 이내, 종교시설은 좌석 수의 20% 이내로 인원이 각각 제한된다.
거리 두기 1.5단계가 적용되는 비수도권의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파티룸, 실내 스탠딩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은 별도의 운영 시간제한이 없다. 유흥주점·단란주점·감성주점·콜라텍·헌팅포차 등은 기본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시간제한 없이 운영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와 종교시설은 좌석 수의 30% 이내로 인원이 제한된다.
정부 조치를 들여다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다르고 지자체별로 방역 상황을 고려해 특별 제한을 허용하는 등 여전히 이중잣대와 복불복으로 여길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이 때문인지 대구의 확진자 수가 최근 늘어났다. 대구에서는 지난 22일 하루에만 확진자 57명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31일(60명)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다. 대구에서는 23일에도 49명, 24일에는 29명, 25일에는 3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대구의 신규 확진자는 유흥업소 관련자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19일 유흥주점 외국인 종업원 6명이 처음 확진된 데 이어 20일 13명, 21일 47명, 22일 48명, 23일 41명, 24일 21명, 25일 20명 등 유흥업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2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대구시는 특별대책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지난 22일 유흥·단란주점과 노래연습장 등 3천300개 업소에 대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경찰과 합동 점검을 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 26일부터 30일까지 5일 동안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식당과 카페, PC방·멀티방, 동전노래연습장 등에 대해 심야 영업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정부와 지자체의 법적 대응에도 방역 조치를 이행하는 국민 의식이 뒤따르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다. 요즘 상황을 보면 오랜 감염병에 시민들의 방역 준수 의식은 한계점에 도달한 느낌이다. 정부는 백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하루빨리 전 국민 접종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방역 모범 국민이란 자화자찬도 피곤하고 지겹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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