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사거리 풀 테니 중국을 향해 쏘아라?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에 합의했음을 밝혔다. 미사일지침 종료는 최대 사거리 및 탄도 중량 제한이 해제된다는 뜻으로, 이로써 한국은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게 됐다. 사진은 23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미사일.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에 합의했음을 밝혔다. 미사일지침 종료는 최대 사거리 및 탄도 중량 제한이 해제된다는 뜻으로, 이로써 한국은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게 됐다. 사진은 23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미사일. 연합뉴스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정부와 여당은 '외교적 쾌거이자 건국 이래 최대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한미 정상회담 전 양국 외교가와 내외신들은 별다른 시각차 없이 한미동맹 강화, 북한 핵문제 대응, 모더나를 비롯한 미국산 백신 공급, 중국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 한미 첨단기술 협력 체인 구축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핵, 중국 위협 등 국제 및 동북아 정세에 관해서는 두 정상의 공동성명서에서 나타났듯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아마 친중 성향에 반일 행보를 보여 온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일 게다. 이런 합의가 나오기까지는 우리 정부의 읍소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국민들이 가장 기대했던 백신 확보에 실패하자 문 정부와 여당은 뜬금없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 철폐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는 주요 의제가 아니었다.

정부와 여당은 1979년부터 우리 군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했던 규정이 사라져 '미사일 주권'을 이뤘다고 흥분했다.

이번 정상회담 전까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는 800㎞였다. 사거리 800㎞는 깊은 함의가 있다. 강화도나 서해 도서에서 중국 베이징까지, 포항 또는 동남권에서 일본 도쿄까지는 900㎞가 약간 넘는 거리다. 미국이 중국과 일본의 반발을 우려해 정한 사거리였다.

미국은 냉전 시절 여러 나라와 미사일 지침을 만들었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핵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필요에 의한, 미국의 세계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면 미국은 왜 한국에 예기치 않은 선물을 안겼을까. 미국은 중국과 관계가 좋았을 때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고수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들어서면서 미중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게다가 미·소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 제거 협정(INF 협정)으로 미국은 준중·중거리탄도미사일(MRBM·IRBM)에서 중국보다 수적 열쇠다. 점증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미국은 준중·중거리탄도미사일을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에 배치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친중 성향을 보이는 문 정부가 이를 허용할 리 없다. 이럴 바엔 아예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철폐해 중국 견제 카드로 쓰자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중국 베이징을 겨냥한 것이고 중국 포위 전략의 하나다.

한국 미사일 사거리 제한 철폐로 문 정부는 당황스럽게 됐다. 중국이 온갖 구실로 트집을 잡고 보복 위협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큰 산이요, 한국은 작은 산'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현재 심정이 궁금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물을 먹인 것은 또 있다. 한미 원전 협력이다. 프랑스를 제외한 서방 세계가 원전을 멀리하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미국도 원전산업 생태계가 무너졌다.

이에 미국은 실용 기술에 앞선 한국과 손을 잡고 커지는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 양국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근간 산업으로 삼자는 것이다.

탈원전을 한다는 한국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서는 돌변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제3국에 원자력 발전을 함께 지원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참으로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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