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23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내부 회계 정책이나 내부 통제 시스템 등을 정비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지난달에는 재무담당 인원도 영입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성능 진공단열재를 제조하는 대구의 예비유니콘 '에임트'의 갈승훈 대표는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설립된 지 5년이 지난 이곳은 지난해부터 미래에셋대우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을 시도하는 강소기업으로 자랐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 속도다.
달성군 디지스트 산학협력관에 입주한 세포치료제 개발 스타트업 '씨티셀즈'는 지난달 26일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 60개사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씨티셀즈의 성과가 더욱 뜻 깊은 이유는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된 몇 안 되는 비수도권 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번에 선정된 60개사 중 무려 52개사(86.7%)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스타트업으로 나타났다.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양적‧질적 성과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쏠려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대구의 기업들이 고군분투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이 훗날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타트업 생태계서도 드러나는 '수도권 쏠림'
국가통계포털 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한 전국의 기술기반업종 기업은 22만8천949개로 이 중 소재지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인 곳은 14만3천135개(62.5%)다. 같은 기간 대구는 7천917개(3.5%)의 기업이 생겼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유망 창업 기업을 발굴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예비유니콘(기업가치 1천억원 이상), 아기유니콘(기업가치 100억원 이상) 기업의 대다수가 수도권에 포진해있는 것이다.
중기부가 추진 중인 '예비유니콘 특별보증'과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에 선정된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 예비유니콘 선정 기업 57곳 중 50개사(87.7%), 아기유니콘 선정 기업 100곳 중 88개사(88%)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이유는 스타트업의 자금줄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약 5년간 개인들이 스타트업 등에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 엔젤투자의 76%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엔젤투자를 이끄는 전문개인투자자(전문엔젤)의 85.2%, 엔젤투자자의 모임인 엔젤클럽의 69.6%가 수도권에 집중돼 투자 인프라의 심각한 불균형이 확인됐다.
◆분전하는 대구의 스타트업
대구의 스타트업은 '수도권 쏠림'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 나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대구에 소재지를 두고 있는 예비유니콘은 1곳(에임트), 아기유니콘은 3곳(쓰리아이‧아스트로젠‧씨티셀즈)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103개)과 경기(33개) 그리고 대전(5개)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예비·아기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 상장을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는 지역의 스타트업도 점점 등장하고 있다. 6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에임트 이외에도 아기유니콘 기업인 '쓰리아이'와 '아스트로젠'이 한국거래소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중이다.
◆대구의 스타트업 육성 전략은?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하며 대구가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현정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이들이 상장을 준비한다는 건 역량 있는 창업자와 공공의 지원이 잘 어우러진 결과다. 지역에서도 스타트업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성공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많은 인재가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창업을 도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성공한 스타트업의 지표로 여겨지는 예비·아기유니콘이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는 건 수도권의 공고한 벽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다만 자금, 인력 등 창업 생태계의 제반 요소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상이 몇 년 새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대구의 전략도 스타트업의 양을 늘리는 게 아닌 스케일업(단기간 매출·고용이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와 창업지원기관이 뭉쳐 차별적인 스케일업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유망한 스타트업을 선별해 지원한다면 대구도 수도권이 뒤지지 않는 스타트업의 산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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