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광역·기초 지자체마다 조직된 체육회는 선거직인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상당히 공을 들이는 존재다. 기업인이나 경제력을 갖춘 인사들이 체육회나 산하 경기단체 회장을 하려고 경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016년 엘리트·생활체육 통합 전에 대구에서 회원이 가장 많은 단체인 야구연합회 회장을 뜻밖의 추대로 맡은 적이 있는데 회원 수를 앞세운 경기단체의 위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잘 조직해 관리하면 체육회와 경기단체는 회원 권익을 높이는 훌륭한 이익단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거꾸로 지자체장 등 정치인들은 체육회를 선거 조직으로 활용해왔다. 지난해 대구에서 코로나19를 확산한 주범으로 비난받은 신천지 사태 때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천지의 청년 조직을 시장 선거에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일이다. 체육회는 선거에 필요한 사람을 대회 출전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동원해 주기에 사람 모으기가 어려운 정치인 처지에서는 반드시 장악해야 할 조직이다.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를 계속한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와 경상북도체육회가 최근 화합을 다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취임한 이철우 도지사는 선거 때부터 경북체육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고 지난해 김하영 민선 경북체육회장 체제가 출범할 때도 다른 후보를 밀어 대척점에 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김하영 회장이 경북도 고위 공무원 출신인 이묵 씨를 도체육회 사무처장으로 받아들이면서 경북도와의 갈등 관계는 해소되고 있다. 최근 이철우 도지사는 경산의 예전 경북개발공사 건물에 임대 입주한 경북체육회를 두 차례 다녀갔다. 독립 생존을 위한 발판으로 법인화를 추진하는 경북체육회 처지에서 경북도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경북 체육인들은 도지사의 방문을 크게 반겼다고 한다.
경북도와 경북체육회는 앞으로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등 관선 체육회장 시절 구축한 밀월 관계를 잘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이철우 도지사는 이를 피할 이유가 없다. 체육회관 등 자체 체육 인프라가 하나도 없는 도체육회를 이끄는 김하영 회장에겐 경북도 지원이 더 절실하다.
오는 10월 8~14일 7일간 구미에서 열린 예정된 제102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경북도와 도체육회는 하나 된 모습으로 '웅도 경북'의 위상을 떨칠 수 있을 전망이다. 전국체전 주최는 대한체육회이고 경북도와 도체육회는 공동 주관한다. 코로나19가 악화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난해 취소한 제101회 구미 전국체전은 제102회 대회로 1년 연기해 치러진다. 경북도는 구미 대회를 새로운 100년을 여는 전국체전으로 준비하고 있다. 도체육회는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려 경북도의 치적으로 삼을 계획이다.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전국 17개 시·도의 올해 전력을 평가하면 경북의 우승 확률은 높은 편이다.
전국체전 리허설로 경북도와 도체육회는 6월부터 9월까지 제59회 경북도민체육대회를 열고 있다. 애초 감염병 사태로 지난해에 이어 대회 취소 움직임이 있었으나 구미 전국체전의 성공 개최를 위한 디딤돌로 삼고자 종목별로 11개 시·군에서 도민체전을 분산 개최하고 있다. 이번 도민체전은 코로나19 방역의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다른 시·도는 올 시·도민체전을 연기하거나 취소한 상태다.
경북도체육회는 내년 출범 100주년을 맞는다. 도체육회는 대구운동협회가 창립된 1922년 3월 22일을 모태로 삼고 있다. 경북 체육인들은 대구운동협회 창립을 통해 기존 문화단체와의 동거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이를 기념해 도체육회는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경북 체육 100년사' 편찬을 준비하고 있다.
경북 체육은 일제강점기 때 서슬 퍼런 감시의 눈을 피해 태동해 면면히 이어져 왔다. 대구시가 중심이 됐지만 1981년 대구시에서 분리된 후에도 경북체육회는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등 국가 체육 발전에 이바지했다.
경북체육회는 그러나 사무실과 회의실을 갖춘 체육회관 등 인프라 조성을 외면,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해 출범한 민선 경북체육회는 재정 독립을 위한 마케팅에 관심을 뒀으나 자체 시설이 없는 실정이라 다시 경북도만 쳐다보고 있다. 경북 체육의 지난 100년을 짚어보면서 경북도가 경북 체육의 미래 100년을 설계하면 좋겠다. 민선 시대에서 3차례 임기를 모두 채운 전 이의근·김관용 도지사가 하지 못한 일이기에 이철우 도지사가 의욕을 가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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