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내가 듣고자 하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말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덕분'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보게 되었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진료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국민 참여형 '덕분에 챌린지'를 진행됐기 때문이다.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담은 수어를 표현한 뒤 #덕분에챌린지 해시태그를 붙였고, 현재까지 5만여 개의 글이 등록됐다.
지금까지 내 모습을 돌아보자면 혼자 고민하는 편이지만, 견디기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늘 주위에는 가족과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다. 덕분에 때마다 슬기롭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고, 나 또한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나를 움직이게 하고, 변화시키게 하는 선한 영향력을 주시는 분들 덕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얼굴의 반을 가려 지낸 지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공연장 객석도 거리두기 안내 인쇄물을 부착한 채 정부 지침에 따라 20~70% 사이를 오가며 운영됐다. 때로는 관객과 만나기 위해 예매를 진행했음에도, 공연을 며칠 앞두고 비대면 지침이 내려지면 스태프만 객석에 앉은 채 영상 촬영 공연으로 대체됐다.
공연장에서 근무 중인 나는 최근 공연 때마다 관객에게 '덕분입니다'를 마음속으로 수 없이 외친다. 무대와 연주자, 그리고 관객이 있어야만 공연의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방역 지침에 따라 휴관했던 시기에는 공연에 목말라했고, 무관중 공연을 진행할 때면 관중에 목말라했다. 객석을 채워주는 관객 덕분에 공연의 세 가지 요소가 완성될 수 있었다.
공연을 준비하는 기획자뿐만 아니라 무대 위 출연자도 같은 생각이었다. 관객 대신 카메라를 보고 연주해야 하는 상황, 온 힘 다해 쏟아낸 연주 후에도 듣지 못하는 박수와 환호소리, 공연이 끝난 뒤 텅 빈 로비를 빠져나가야 했던 상황들은 허전함,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유관중 공연을 하게 된 날, 출연자가 전한 "관객과 만날 생각하니 설렌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공연장을 찾는 대부분의 관객은 생활 속 방역 수칙과 나보다 상대방을 위해 에티켓을 지켜 매너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확진 사례가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7월부터 네 단계로 개편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맞춰 운영해야 한다.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객석 운영도 확장되고, 지친 심신을 문화예술로 치유 받길 원하며 공연장을 찾는 사람도 늘 것이다. 공연장 문을 열면 무대와 공연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공연을 완성시키는 관객 덕분에 공연장은 오늘도 온기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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