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면 메일이 잔뜩 와 있다. 그 중이 상당수는 광고인을 꿈꾸는 광고 지망생이다. 주로 광고와 광고인에 관한 질문이다. 예전에는 일일이 답을 해주다가 포기한 지 꽤 되었다. 마음 한편에 미안함이 있었는데 칼럼을 통해 답을 주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들의 질문을 나열하고 답을 써 내려가 보려 한다.
질문 1. 광고는 소비자의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1. '광고는 그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라고 많은 분이 오해하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광고는 소비자가 무슨 말을 원하는지 찾는 게임입니다. 소비자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브랜드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고민을 광고 속에 온전히 담아내야 합니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는 연인과 닮았습니다. 연인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그녀)가 원하는 것을 계속 갈구하지요.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서 그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병원의 원장님은 광고에 본인이 쓴 의학 논문을 넣고 싶어 하십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이럴 때 커뮤니케이션의 불균형이 벌어집니다. 소비자를 끊임없이 파악하고 눈높이를 맞춰야 공감이라는 요소가 비로소 탄생합니다. '공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광고를 보고 돌아서 버립니다.

질문 2. 클라이언트에게 자신의 아이디어가 훌륭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평소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시는 방법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답변 2.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불확실한 것을 싫어합니다. 확실하고 예상 가능하며 구체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그럴 때는 광고인으로서 제가 경험했던 다른 브랜드의 사례를 예를 들어 설명하는 편입니다. "A 브랜드 역시 그런 문제가 있었는데 이런 방법을 써보니 해결되더라" 이런 사례를 들으면 클라이언트의 경우 대부분 안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광고인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미래의 일을 너무 확신하거나 보장한다면 그 역시 진실한 설득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클라이언트에게 광고인을 믿고 따라와 달라고 말합니다. 100% 성공할지는 몰라도 실패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광고인의 역할이라고 설득하는 편입니다.
질문 3. '좋은' 광고의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3. 좋은 광고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고입니다. 저도 한때 상(award)에 집착한 때가 있었습니다. 유명한 심사위원이 주는 상에 집착했었습니다. 하지만 상을 받는다고 좋은 광고가 아니었습니다. 심사위원에게 칭찬받기는 어쩌면 쉬운 문제입니다. 아이디어가 재미있으면 상을 받는 매우 단순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무척 차갑고 냉정합니다. 웬만해선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광고제의 심사위원보다 소비자는 훨씬 냉정한 존재이니까요. 좋은 광고뿐 아니라 좋은 노래, 좋은 그림, 좋은 사람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광고가 진짜 좋은 광고입니다.

질문 4. 코로나19가 광고계에 어떤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나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어떤 해결방안을 생각하고 계시는가요?
답변 4. 광고는 사람을 따라갑니다. 즉, 광고는 그 시대를 따라가고 그 시대의 문화를 따라갑니다. 그런 관점에서 '광고=삶'입니다. 코로나 19가 광고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엔 코로나 19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광고는 시선을 다르게 보는 것입니다. 광고에선 좋은 것이 나쁜 것이 되기도 하고 나쁜 것이 좋은 것이 되기도 합니다. 관점을 다르게 보면 판이 뒤집힐 수 있으니까요. 코로나 19로 횟집에서 장사가 안되니 드라이브 드루로 완판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 호주의 샌드위치 가게는 5층에 입점하는 바람에 샌드위치에 낙하산을 묶어 1층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주어진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노력을 하려 합니다.
질문 5. 대중의 눈을 한눈에 사로잡을 수 있는 헤드라인을 작성해야 하는 기자들도 어쩌면 '카피라이터'일지 모르겠습니다. 메시지 전달력을 최대로 높이는 헤드라인을 쓰기 위해서 기자들이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5. 광고인은 광고주의 메시지를 소비자 언어로 바꿔야 합니다. 그것이 카피라이터의 역할입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자들에게 쉬운 말이 독자들에게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을 가공하지 않는 선에서 얼마나 쉽게 독자에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6. 김종섭 광고인께서 소장으로 계신 광고회사를 홍보해야 한다면 TV, 신문, 잡지, SNS 등의 매체 중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이고, 그러한 선택을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변 6. 질소 과자를 풍자한 대학생들이 과자 봉지로 배를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퍼포먼스 때 한강 반대편에는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CNN 기자가 와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 퍼포먼스를 한다고 어딘가에 광고한 적이 없습니다. TV, 신문, 전광판, 라디오 등등에 광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디어가 강력하니 해외 기자들까지 몰려들었습니다. 우리 회사를 광고한다면 매체보다는 아이디어에 의지하겠습니다. 아이디어에 따라 매체를 맞추는 것이지 어떤 매체를 미리 선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광고판이 담지 못하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7. 앞으로 5년 후 광고계의 동향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답변 7. 5년 후의 광고는 나의 가장 친한 스토커가 될 것입니다. 나를 너무 잘 알고 나를 위로해주며 나에게 집착하는 친구이자 스토커가 될 것입니다. 또한 광고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내가 부유하다면 명품 광고가 따라다닐 것이고 가난하다면 일회용품 광고가 따라다닐 것입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