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결혼해 간절히도 바라던 아이를 3년 만에 품에 안았다. 무사히 10개월을 채우고 새벽 내 진통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온 존재를 마주하는 순간 덜컥 겁부터 났다. 그리고는 육아휴직에 들어가자마자 극심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외롭고, 쉴 틈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 이어졌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 '82년생 김지영' 속 장면 장면에 공감하며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를 옆에 두고 미친 듯 눈물을 흘렸다. 아이 신경 쓰느라 나 먹는 것, 입는 것을 챙기는 건 사치였다.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도중 지나가는 회사원들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내 몸과 마음이 지치니 아이에게도 부정적인 감정이 전해졌다. 그렇게 1년 반을 보내고 복직을 결정했다.
지금은 육아하면서 일하는 워킹맘 생활을 하고 있다. 복직 후 한 달 정도는 머릿속에서 아이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업무를 하다 갑자기 눈물을 쏟기 일쑤였다.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야할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도 한몫했다. 업무적으로 유능한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압박감과 아이와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등 아이만 키우며 지내던 때와는 또 다른 감정으로 에너지를 낭비했다.
심리학자인 헴마 카노바스 사우는 자신의 저서 '엄마라는 직업'에서 요즘 엄마들을 '샌드위치 세대'라고 일컫는다. "한편으로는 자녀에게 절대적으로 헌신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물려받은 상속자들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자에게 적극적인 구실을 부여하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육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적인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받게 되자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요즘 엄마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일주일 중 아이와 온전히 함께하는 날은 단 이틀뿐이지만 미안한 마음만큼 혼신의 힘을 다한다. 남편이 우리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조잘조잘 아이의 말동무가 되어준다. 팀워크가 꽤 좋은 편이다.
육아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기에 워킹맘, 육아맘 모두 욕심 부리거나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영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도널드 위니캇은 아이에게 필요한 엄마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충분히 좋은 엄마'(good-enough mother)라고 했다. 객관적인 잣대에서의 완벽함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복직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고 나 자신에게 관대해질 필요를 느낀다. 진짜 걱정해야할 일만 하고, 괜시리 불안해하지 말고, 심란해 하지 않기. 훗날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아, 우리 엄마 참 행복해 보인다'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도 활짝 웃고, 더 씩씩해지려 한다. 엄마는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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