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한일 간 주요 현안에 대한 '성과가 있는' 한일 정상회담을 해야 (도쿄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달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두고 물밑 실무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나온 문재인 청와대의 이같은 반응은 '대통령의 방일 조건'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일본 정부에 대한 일종의 '최후통첩'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청와대의 이런 입장은 당초 한일 간 핵심 현안 전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정상들이 '원샷 담판'을 해야 한다고 했던 최초의 제안보다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문재인의 청와대가 '통 크게 양보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의 청와대에서 말한 '성과가 있는 한일 정상회담'이란 무엇일까. 외교부관계자는 언론에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는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일본이 수출 규제만 철회해 준다면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해법이나 결론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 문제는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해 나간다고 약속하고 협의를 다시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언론이 전하는 문재인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회담 시간이나 형식이 본질은 아니지만 배석자 등 진용을 제대로 갖춰 회담해야 한일 현안에 대해 실질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입장은 '일본 정부가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준다면 문재인 대통령 (또는 김정숙 여사를 포함한 대통령 부부)은 통 큰 마음으로 토쿄 올림픽 개막식 참석과 한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통 큰 양보'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 측에서 문재인 대통령 또는 대통령 부부의 방일과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맞춘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과 일한(한일) 정상회담 조율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 정부는 징용과 위안부 소송의 해결책을 조기에 제시하라고 (한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전망이 없으면 정상회담을 짧게 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또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각 국 중요 인물과 만나야 하므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1인당 원칙적으로 15분 정도 (정상회담 시간이) 될 지 모른다"는 일본 총리 관저 소식통의 발언을 전했다.
"역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지만 뭔가를 협의하거나 교섭하거나 하는 (한일 정상회담) 자리는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일본 외무성 간부의 말도 인용했다.
문재인 청와대가 통 큰 양보를 통해 일본 측의 최소한 성의로 제시한 '성과가 있는' '배석자 등 진용을 제대로 갖춘 정상회담'과는 거리가 한 참 멀어보인다.

이런 상황으로 미뤄볼 때, 일본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또는 대통령 부부)의 도쿄 올림픽 참석을 간곡히 요청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세계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이웃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방문해 축하해주는 것이 합당한 탓에 한일 외교 실무진들이 이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은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을 내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역사 문제에 양보하면서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등의 일본 정부 측 발언을 전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굳이 도쿄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모셔올 생각은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솔직한 속내인 셈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로 치뤄지는 도쿄 올림픽의 모양새가 엉망이 된 마당에 문재인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한다고 해서 대회가 더 빛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초청 받지 못한 한심한 이웃나라 대통령'이라는 낙인이 국제사회에서 찍힐 우려가 크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문재인 청와대의 11일 '최후통첩'을 '최후의 애걸복걸'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정부의 고위관리는 언론을 통해 "올림픽 개막 직전 한·미·일 외교차관 회동이 진행되고, 다음달에는 외교장관들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 할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역시 미국이 대중·대북 정책의 전제로 요구하고 있는 핵심동맹의 복원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 수개월의 임기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전력을 쏟겠다고 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대통령의 방일은 불가피한 셈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최소한의 명분을 만들어 일본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답답한 것'은 일본 스가 총리가 아니라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소한의 체면'을 살려줄지, 아니면 '평범한 올림픽 손님'으로 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확실한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문재인의 청와대가 말한 '성과가 있는' 한일 정상회담은 물건너 갔다는 점이다.
국제적 외교 관례와 현실적 국익을 외면한 '죽창가' 선동 정권의 참담한 굴욕이 '대한민국 국격의 침몰'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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