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 CEO] <4>추광엽 벽진바이오텍 대표 "첨단 섬유 정조준"

"국내 첫 메모리 후가공, 국내 80% 처리"…직물에 방수·난연·항균 기능
고부가가치 만드는 후가공, 100여 개 공정 처리 가능해 '원적외선 가공'이 매출 상당
"섬유 기계 현대화 시급…설비 교체 위한 대출 이자 일부라도 정부 지원해야"

추광엽 벽진바이오텍 대표가 아라미드 섬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추광엽 벽진바이오텍 대표가 아라미드 섬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벽진바이오텍'은 독보적인 '후가공' 기술을 보유한 대구 섬유기업이다. 후가공은 섬유산업에 있어 원사(실) 생산만큼 중요한 분야다. 원단에 부드러운 터치감을 입히거나 방수, 난연, 항균 등 각종 기능성을 부여해 부가가치를 더하는 작업이다. 1993년 설립 이후 30년 가까이 해당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온 이 회사는 2010년 대구시 스타기업에 선정됐으며 청년 친화 강소기업에도 선정돼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추광엽 벽진바이오텍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섬유산업에 발맞춰 가려면 기술력도, 설비도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벽진바이오텍 본사에서 추광엽 대표 만났다.

-섬유 후가공은 어떤 공정인가?

▶염색 가공을 거친 직물에 디테일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거칠거칠한 직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으며 방수, 항균, 방염, 구김 방지 등 다양한 기능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제품에 자연스러운 헤짐이나 무늬 등을 입혀 감성을 부여하는 작업도 후가공에 포함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섬유가 고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벽진바이오텍은 영남지역 섬유 후가공 업체 중 가장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벽진바이오텍이 보유한 후가공 기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가 진행할 수 있는 섬유 후가공 공정은 약 100여 개 정도로 대부분의 후가공 처리를 할 수 있다. 특히 2010년 부설 기술연구소 설립한 이후부터는 보다 다양하고 미래적인 후가공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원적외선 가공'이다. 우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술로, 원적외선으로 가공한 광물질을 섬유에 도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수한 항균성, 혈액순환 촉진 등 건강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으로 의류, 침구류, 마스크 등의 소재로 쓰인다.

-이외에도 자랑할 만한 기술이 있는가?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메모리 후가공' 기술이다. 해당 가공이 적용된 원단은 구겨도 시간이 지나면서 구김이 펴지고 본래의 형태로 돌아온다. 현재 국내 메모리 가공의 70~80%는 우리 회사를 거쳐 가고 있으며 해외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를 비롯해 유럽, 일본 등 해외시장에도 꾸준히 수출 실적을 내고 있다. '나이키', '언더아머'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는 신발용 섬유를 가공해 납품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의류용 섬유에 초점을 맞춰온 것 같다. 미래 동력으로 주시하는 분야가 있나?

▶우리는 5년 전부터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아라미드' 후가공 기술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는 500℃에서도 안 타고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 이상 높은 강도를 자랑하는 신소재로 의류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항공,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섬유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큰 기대를 모으는 첨단소재다.

-아라미드 섬유와 관련해 어떤 후가공 기술을 개발했나?

아라미드 섬유는 그 특성 때문에 안전과 관련된 특수복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우리는 아라미드 섬유에 발수가공을 하는 기술을 몇 년간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관련 기술이 적용된 아라미드 소재 소방복을 제작해 일부 납품하는 등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기존 소방복에 쓰이는 난연성 소재는 발수 가공이 어려웠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섬유 산업이 긴 침체기에 빠졌다. 지역 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섬유산업의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활용 섬유에서 산업용 첨단섬유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섬유업계가 첨단섬유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있다. 바로 노후화된 설비다. 현재 지역 섬유업체의 대다수가 수십년이 지난 섬유 기계를 사용해 일하는 실정이다. 자연스럽게 생산성 하락과 불량률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섬유 기계 현대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설비 노후화는 오랫동안 지적된 문제다. 해결이 쉽지 않은가?

▶맞다. 지역 섬유업계의 불황이 길어지다 보니 설비에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업체가 드물다. 첨단섬유에 도전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는 것이다. 이 경우는 산업의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설비 교체를 위한 대출 이자의 일부라도 정부가 지원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경영철학으로 벽진바이오텍을 이끌고 있는가?

▶회사의 경영 방침은 '사람을 중시하자'다. 제조기업은 결국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가 올해 28주년을 맞았는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동고동락해준 직원들 덕분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30주년에는 회사 전 직원들과 함께 해외연수를 가려고 한다. 이 자리를 빌려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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