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종원도 못 살린 골목상권, 대구는 어떻게 살릴까

상인들 “위드 코로나 시대, 어떤 형식이든 지원은 필요”
청년몰·전통시장 등 다양한 형태 상권 지원사업, 성공보다는 실패 많아
지속가능한 골목상권…지원은 보조 역할, 상인 참여의지 관건

대구 신규+기존 골목상권 위치와 이름.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은 올해 조직 없이 흩어진 31개 골목상권 법인 등록을 도왔다. 재단 제공
대구 신규+기존 골목상권 위치와 이름.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은 올해 조직 없이 흩어진 31개 골목상권 법인 등록을 도왔다. 재단 제공

'요식업계 대부' 백종원이 출연하는 유명 프로그램 '골목식당'을 보면 솔루션의 성패는 지원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레시피부터 손님 응대 요령, 인테리어까지 다양한 조언을 해도 지원자가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실패한다.

대구시와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이하 재단)이 올해부터 5년간 진행하는 '대구형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올해 31개 골목상권을 발굴한 시와 재단은 사업 종료까지 모두 120개 상권 조직화를 돕는다는 방침이다. 이중 최종 단계인 '명품골목'으로 거듭날 상권은 열정과 의지를 갖춘 단 10곳이다.

◆다가온 위드 코로나, 지원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대구 자영업자 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지역경제 기초단위인 골목상권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다.

소외된 골목상권을 활성화해 지역경제 기반을 탄탄히 하고, 자생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취지다.

상인들도 절실히 지원을 원하고 있다.

송남수 중구 대봉동 대로수길 상인회장은 "재개발로 도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 상태에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며 "최근에는 업종이 자주 바뀌면서 골목상권 정체성에도 혼란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드 코로나가 온다고 하지만, 대로수길은 음식 골목임에도 공사 탓에 먼지가 날리고 도로가 망가져 침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대로수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42) 씨는 "위드 코로나라고 해도 상권이 회복될까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며 "골목이 잘 되려면 1차적으로 정부·지자체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원이 끝나도 남는 골목이 되려면

정부나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벌이는 지원사업은 골목상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청년몰이다.

그러나 청년몰의 경우 아직까지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이 회자된다.

지난 2019년 골목식당에 나왔던 대전 전통시장 청년몰은 국·시비 총 20억원 규모의 임대료 면제, 창업 교육, 리모델링 지원 등을 받았지만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백종원 씨는 "카메라와 제작진이 떠나면 뭘 먹고 살 거냐", "(장사를) 장난으로 생각한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대구에도 북구 산격시장 청년몰, 중구 약령시 청년몰 등이 있지만 성공이라 평하긴 힘들다.

때문에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닌 자영업자의 진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단 관계자는 "'퍼주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수혜자는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다"며 "결국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지원사업은 종료되면 끝이기 때문에 상인들의 의지와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배꽃향 골목상권 역량강화 교육. 재단 제공
배꽃향 골목상권 역량강화 교육. 재단 제공

◆김광석길에서 교훈 얻어야

죽은 상권에서 대구는 물론 전국적인 관광지로 거듭났다가, 최근 침체에 접어든 중구 김광석길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광석길은 10여 년 전 방천시장 살리기 사업을 계기로 조성됐다. 빈 상가를 예술인에게 창작 공간으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가동되며 전국적인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한때 연 관광객이 150만명을 넘었지만, 최근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자체 지원을 바탕으로 상권이 커졌지만, 높은 인기에 임대료가 급등해 기존 예술인과 상인들이 떠나고 김광석길만의 독창적인 콘텐츠가 줄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대구형 골목상권 활성화 또한 무작정 퍼주는 방향보다는 어떻게 하면 상권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자체 지원은 기간이 정해져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지원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또 이번 사업이 목표하는 것처럼 골목상권이 명품골목으로 자리 잡아 인기가 많아졌을 때, 생겨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상권이 커지고 유명해지더라도 자기만의 색깔을 잃지 않겠다는 달서구 배꽃향골목이 참고 사례가 될 만하다.

배꽃향골목은 올해 새롭게 탄생한 골목상권이다. 그동안 골목에서 개별적으로 장사를 해왔지만, 상인들이 서로 뭉쳐야 산다는 마음으로 사업에 참가해 상인회를 조직했다.

배꽃향골목의 테마는 '7080'이다.

강영규 배꽃향골목 상인회장은 "이 거리는 7080세대가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옛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의 벽화를 그리고, 태권브이로봇·마징가제트 등 추억의 만화캐릭터를 가게 앞에 놓고 싶다"며 "정체성을 키우고 유지하면서 활성화를 도모하면 지속가능한 상권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 이곡동 배꽃향골목. 변선진 기자
대구 달서구 이곡동 배꽃향골목. 변선진 기자

◆결국은 참여의지

대구시와 재단도 어떻게 하면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골목상권을 활성화할지 고심 중이다.

우선은 매년 발굴하는 골목상권을 모두 안고 가는 방향이 아닌 '선택과 집중'으로 방향을 정했다.

대구형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은 ▷1단계 골목상권 기반조성, 공동체 조직화 및 역량강화 ▷2단계 골목상권별 맞춤형 특화 지원을 통한 상권 안정화 ▷3단계 골목상권 특성을 반영한 관광 자원화 및 자생력 강화 등 세 단계로 나뉜다.

시와 재단은 골목상권 상인들의 참여의지와 역량에 따라 단계별 차등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사업 첫해인 올해부터 상권별로 참여의지는 극명히 나뉘고 있다. 어느 곳은 상인들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는가 하면, 다른 곳은 무조건적인 지원만 바라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김홍일 재단 미래전략팀장은 "골목상권은 탄생 자체가 자생적으로 생겨난 곳이기 때문에 지원 또한 자생력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절실하고 의지가 있는 상권에 더 많은 지원을 해 살아남도록 돕는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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