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통신대란 일으켜 놓고 껌값 수준 보상안 내놓은 KT의 몰염치

KT가 지난달 25일 벌어진 전국적 통신 장애 사태 피해 보상안을 1일 공개했다. 5만 원 요금제 기준으로 1인당 1천 원, 소상공인 평균 8천 원씩 요금을 깎아준다는 게 골자다. 총금액이 350억~4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는데 '보상'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아까울 정도다. 국내 1위의 유·무선 통신회사가 전국의 일상을 멈추게 만든 사고를 쳐놓고 쥐꼬리 보상으로 무마하려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KT는 89분간의 유무선 인터넷 불통 사태가 일어났으니 실질적 장애 시간의 10배(15시간)에 해당하는 요금을 감면해주면 국민들이 납득하리라 착각하는 듯하다. 국민 정서에 이토록 둔감할 수가 없다. 지난달 25일 사고 때문에 빚어진 피해와 국민 불편은 단순히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못 받은 데 그치지 않는다. 나라의 절반이 89분간 멈춰 섰고 온라인 금융 거래 중단, 결제 차질 등 유·무형 피해는 금액으로 환산하기조차 힘들다.

KT는 매출액 22조 원의 거대 공룡 기업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일련의 대처 능력을 보면 구멍가게 수준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사고도 라우팅 장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exit'라는 명령어를 누락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빚어진 것이었다. 그나마 야간에 작업을 하고 테스트를 거쳤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人災)였다. 업무 기본을 지키지 않아 생긴 사고였는데도 사태 발생 초기 KT는 '디도스(DDos) 공격' 운운하며 섣불리 원인을 밖으로 돌렸다.

2018년 서울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로 전 국민의 지탄을 받은 지 몇 년 안 돼 다시 통신대란이 일어났다.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쳐도 두 번, 세 번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KT는 껌값 수준인 보상액으로 국민들 염장 지르지 말기 바란다. 현실적 피해 보상안을 재논의하고 경영진 문책과 확실한 재발 방지책 등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땅바닥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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