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꾸로읽는스포츠] 뻔한 재미 대신 이변 연출한 2021 FA컵 결승

하위(2부) 전남드래곤즈, 상위 대구FC(1부) 꺾고 역사 새로 작성…FA컵은 시민구단에도 우승컵 수집 희망

11일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이 열린 DGB대구은행파크. 남쪽 원정 관람석에 자리 잡은 전남드래곤즈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김교성 기자
11일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이 열린 DGB대구은행파크. 남쪽 원정 관람석에 자리 잡은 전남드래곤즈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김교성 기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대구FC의 관람객 친화적인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가 축구 보는 '뻔한 재미' 대신 이변을 연출했다. 홈팀을 울렸지만, 원정팀에겐 대반란의 감동을 전했다.

11일 낮 12시 30분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은 스포츠가 만든 또 하나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결승 1차전 원정에서 1대0으로 승리, 절대적으로 유리한 대구FC는 숨 막히는 접전 끝에 3대4로 전남에 고배를 마셨다. 1, 2차전 합계 4대4로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우승컵은 전남에 돌아갔다.

대구FC는 이날 전남과 대구 우승을 간절히 바란 제주유나이티드(K리그1 4위로 대구 우승 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를 웃고 울렸다. 선취골로 희망을 품은 전남은 전반을 2대1로 앞서며 우승컵을 품을 준비를 했다. 후반 대구가 2대2, 3대3으로 따라가면서 상황을 반전시켰지만, 전남은 3대2, 4대3으로 다시 달아났다.

FA컵은 프로, 아마추어 가리지 않고 국내 최고 성인 축구팀을 가리는 대회다. 대한민국 축구 왕중왕전이다. 하위리그 팀이나 시민구단이 기업구단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올해 FA컵 결승전은 2부리그의 전남과 시민구단 대구가 맞붙어 더 주목받았다. 전남은 FA컵 역사를 새로 작성했다. 하위리그 팀으로 1996년 출범한 FA컵에서 26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전 세 차례 결승에 오른 울산미포조선(2005년)과 부산아이파크(2017년), 대전코레일(2019년)은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시민구단에도 FA컵은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는 희망이었다. 가장 먼저 FA컵을 차지한 시민구단은 대전시티즌이다. 1997년 시민구단 형태(계룡건설 등 연고 기업 컨소시엄)로 창단한 대전은 5시즌 만에 FA컵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우승컵은 대전이 지금까지 거머쥔 유일한 우승 트로피다.

대전시티즌은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이 대전시로부터 인수하면서 기업구단 대전하나시티즌으로 변신했다. 올 시즌 K리그2의 대전하나시티즌은 K리그1의 강원FC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다. 대전이 1차전에서 1대0으로 이겨 앞선 상태다.

경기도 성남을 연고로 하는 성남FC는 시민구단으로 탈바꿈한 2014년 첫해에 FA컵에서 우승하며 옛 명문의 전통을 이어갔다. 성남FC는 1989년 일화천마로 시작해 천안일화천마(1996~1999년), 성남일화천마(2000'2013년) 시절을 거쳤으며 1999년과 2011년 FA컵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성남FC는 K리그1에서 10위를 차지했다.

성남FC는 K리그1 사상 최초 3연패와 두 차례 3연패(1993~1995, 2001~2003년)를 달성한 팀이다. 2020년 전북이 K리그1 최다 우승 타이틀을 뺏어가기 전까지 리그 최다(7회) 우승팀이었다. 두 차례 리그 3연패는 성남 외에 달성한 팀이 없다. 하지만 시민구단 전환 후 2017·2018년 두 시즌 동안 2부리그에 머무는 설움도 겪었다.

1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 홈팬들이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김교성 기자
1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 홈팬들이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김교성 기자

대구FC는 대구 지역 기업과 시민들이 시민주 공모를 통해 만든 순수한 첫 번째 시민구단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열기에 편승한 창단 당시의 의욕과는 달리 초창기부터 투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2017년 1부리그로 승격하면서 강호로 거듭나고 있다.

대구FC는 2014년 구단주인 권영진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권 시장은 그해 9월 축구인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조광래 대표이사를 영입하고 DGB대구은행파크의 밑그림을 그리는 등 대구FC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조 대표이사가 이끈 대구FC는 2014~2016년 3년 동안 2부리그(K리그 챌린지) 생활을 마감하고 K리그1에 안착하고 있다. 대구는 2017년부터 중상위권 전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 시즌 역대 최고 성적인 리그 3위를 차지,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었다.

2018년 대구FC의 FA컵 우승은 예상하지 못한 극적인 일이었다. 대구의 결승전 상대는 울산현대로 열세가 점쳐졌지만, 대구는 1차전 울산 원정에서 2대1로 승리했고, 홈구장인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3대0으로 이기는 기염을 토했다. 이 덕분에 대구는 2019년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서는 감격을 누렸다.

대구FC는 올해 FA컵에서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릴 준비를 했으나 '축구의 신'은 대구를 외면했다. DGB대구은행파크에서의 사상 첫 우승 트로피 수집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전남이 더 잘 준비한 결과였다. 축구 관계자들은 선수 교체, 전술 등 감독의 경기 운영능력이 큰 영향을 미친 승부였다고 평가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