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도 청년 농사꾼 정재은 씨 "청년 돌아와야 농촌 살리죠"

운문면 '고은농장' 대표…해군 부사관으로 3년 복무 후 귀향
월급 모아 아버지 소작하던 땅 매입…청도 청년자립기반구축사업에 선정
온라인 판매·다양한 상품 개발 계획

9일 오후 경북 청도군 운문면 고은농장에서 정재은 씨가 마른 산딸기나무잎을 꺾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9일 오후 경북 청도군 운문면 고은농장에서 정재은 씨가 마른 산딸기나무잎을 꺾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태어나 자라온 농촌의 미래를 지키는 것은 젊은 청년이 짊어져야 할 책무라 생각합니다."

9일 오후 경북 청도군 운문면 고은농장에 들어서자 앳되어 보이는 젊은 여성이 산딸기나무잎을 정리하고 있었다. 양손에 장갑을 끼고 마른 산딸기나무잎을 꺾는 모습이 여느 농사꾼 못지않았다. 군 복무 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있는 정재은(31) 씨가 그 주인공이다.

1991년생인 정 씨는 나고 자란 농촌의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3년 차 청년 농사꾼이다. 함포 사격을 통제하는 해군 부사관으로 3년간 복무한 그는 전역 후 고향에 돌아와 농기구를 손에 잡았다. 2019년 청도군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한 청년자립기반구축사업에 선정된 그는 현재 고은농장 대표로 산딸기를 키우고 있다.

농장은 2천310㎡(약 700평) 규모로 군 복무 시절 소말리아 파병을 다니며 모은 월급과 퇴직금으로 아버지가 소작하고 있던 곳을 매입해 마련한 곳이다. 그가 특용작물인 산딸기 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편찮으신 아버지를 돕고, 기후 변화와 연작 피해로 채산성이 낮아진 김해나 포항 지역에서 청도 운문 지역으로 산딸기 경작지가 이동하는 추세를 반영한 판단에서다.

'할 수 있다'는 젊은 패기로 뛰어든 그에게 농사일은 녹록지 않았다. 산딸기는 하나하나 손으로 따야 하는 데다, 가시가 많이 있어 조금만 실수해도 손, 팔 등에 상처가 나기 때문이다. 비나 이슬을 맞거나 수확일이 하루라도 맞지 않으면 상품화하기 어려운 산딸기의 특성을 파악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이런 상황을 겪은 그는 노지가 아닌 비닐하우스에서 산딸기를 키우는 등 연구와 노력의 결과, 출하일을 한 달이나 앞당겼다. 나아가 지난해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를 받았다. 또 직접 농장에 찾아와 산딸기를 구매하는 단골들도 늘어나고 있다.

9일 오후 청도군 운문면 고은농장 대표 정재은 씨가 부모님의 미나리 밭에서 잡초를 정리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9일 오후 청도군 운문면 고은농장 대표 정재은 씨가 부모님의 미나리 밭에서 잡초를 정리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수확 철이 되면 정 씨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그는 5월에서 6월 집중된 산딸기 수확 철을 제외하고 12월부터 4월까지는 부모님의 미나리 농사를 주력으로 돕고 있다. 상품성 향상을 위한 1모작을 하고 있지만 매년 친환경인증을 받기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나 9시에 잠을 청한다는 그는 점심 한 끼 마음 놓고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다.

육체적으로 상당히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젊은 농사꾼으로서 오랫동안 고향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보다 확고하다. 정 씨는 청년이 농촌을 지켜야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보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정 씨는 "도시로 떠났던 청년들이 더 늦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기술을 배우고 연마해 농촌전문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면 낙후되는 농촌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판매할 방안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기존 농촌 판매 방식인 오프라인 직거래와 공판장을 통한 출하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품 판매도 기획하고 있다. 앞으로 정 씨는 특용작물을 이용해 우리 작물로 만들어낸 친환경 떡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그는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농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젊은 사람들이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며 "젊은 날 손에 흙을 묻혔던 손이 농촌을 살리는 약손이 되길 바라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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