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재수 기자의 클래식 산책] <48>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희망 잃은 한 청년의 정처없는 겨울여행

클래식 관련 이미지. 매일신문 DB
클래식 관련 이미지. 매일신문 DB

연말, 추운 겨울과 함께 쓸쓸함과 고독을 느낄 때 생각나는 음악이 슈베르트(1797 ~1828)의 '겨울 나그네'이다.

'겨울 나그네'는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백조의 노래'와 함께 슈베르트의 3대 가곡집 중 하나로 꼽히는 대표적인 연가곡이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가 청춘의 아름다움과 설렘을 담은 작품이었다면, '겨울 나그네'는 침울하고 어두운 비극적인 노래이다. 실제로 슈베르트는 다가올 죽음을 예감한 듯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한 삶을 살고 있었고, 이 곡을 완성한 이듬해 가난과 병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이후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겨울 들판을 방랑하는 길을 떠나는 내용인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가 죽기 1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시인 뮐러(1794~1827)의 시에 음악을 붙여 모두 24개의 가곡으로 이뤄져 있다.

전 곡을 쉼없이 감상하는 것이 좋지만 특별한 줄거리가 없기 때문에 가장 아름답고 많이 알려진 제5곡 '보리수'를 비롯해 잘 알려진 몇 곡을 추려 듣더라도 '겨울나그네'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마지막곡인 제24곡 '거리의 악사'는 늙은 악사의 손풍금을 돌리는 모습을 마주하며 시작된다. 쓸쓸하고 고독한 늙은 악사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낀 청년은 속절없는 슬픔과 절망을 토해낸다. 이후 청년은 악사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며 긴 이야기는 끝난다.

'마을 저 뒤편에 늙은 악사 한 사람이 서 있네, 얼어붙은 손으로 건반을 누르고 있네. 맨발로 얼음 위에 서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지만 앞에 놓인 접시에는 동전 한 닢 없네.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네. 개들은 그를 보고 으르렁거리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네. 오로지 연주를 계속할 뿐, 그의 손풍금은 멈추질 않네. 이상한 노인이여, 내 당신과 동행해도 될는지? 내 노래에 맞춰 손풍금을 켜주지 않을래요?'

겨울 한가운데로 접어든 요즘, 찬바람 불고 메마른 가지들이 처량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 '겨울나그네'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은 한없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특히 마지막 곡 '거리의 악사'는 늙은 악사의 처량한 모습과 나그네의 한탄이 마치 한없는 고독에 내던져진 황혼의 인생길을 위로해주는 듯 가슴을 울린다.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뜨겁게 사랑했던 이를 떠나보내는 한 청춘의 서늘하고 차가운 이별을 따라가보는 것은 어떨까.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김대현 대구 서구청장 예비후보가 21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행사에는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
올해로 개점 10년을 맞은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전층 재단장 작업을 본격화하며 대구경북 지역의 '랜드마크'로 입지를 강화하고 연간 거래액 2...
엄여인 사건은 피고인 엄모 씨가 약물을 사용해 남편과 가족을 무력화한 후 보험금을 노린 계획범죄로, 2002년 남편이 사망한 사건을 시작으로...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10%의 새로운 관세를 전 세계에 부과하는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