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제원 등 '윤핵관'과 대립각 세운 이준석 "김종인 빼고 해체"

'김건희 리스크' 대응방식 지적…'윤핵관' 지목된 장제원 "감정적 인신공격"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회동한 뒤 호텔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회동한 뒤 호텔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상임선대위원장 등 직책을 내려놓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와 측근들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이 윤 후보의 눈과 귀를 가려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23일 KBS 라디오에서 "윤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제대로 실어줬다면 (김 위원장이) 당장 선대위를 해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게 아니라 리모델링에 그친 것을 우회 비판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김건희 리스크' 대응 방식을 특히 강도높게 비판했다.

윤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 씨 관련 의혹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엄호하고 감싼 것을 두고 윤 후보를 막아선 인(人)의 장막, 즉 '윤핵관'(윤석열 후보측 핵심 관계자)이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조수진 최고위원이 앞선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김 씨 허위이력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당내 교수 출신 의원 8명이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예를 들면서 "불리한 전장에 아무 의미 없이 병력을 줄지어 투입하는 '축차투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선캠프 때부터 윤 후보를 도와 '윤핵관' 대표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에게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장 의원을 '정치장교', '블랙요원'에 빗대면서 "현재 선대위 내 아무 직책이 없는데 별의별 소리를 다 한다", "굉장히 정보력이 좋으시거나 핵심 관계자임을 선언하신 것", "직도 없는데 비선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한다" 등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21일 장 의원이 페이스북에 "당 대표와 공보단장이 이틀째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며 선대위 전반을 비판한 글에 반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장 의원은 이 같은 이 대표 발언에 대해 "감정적인 인신공격에 대응하면 진흙탕 싸움밖에 안 된다. 지금은 정권교체와 후보만을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머지않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엄중한 시기에 당이 진흙탕 싸움에만 빠져 있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는 없다. 민주당만 이로울 뿐이다. 참고 또 참겠다"고 밝혀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 대표의 선대위 사퇴와 연이은 날선 공세를 놓고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는 가운데 선대위 쇄신과 개편을 유도하고자 이 대표가 '충격요법'을 도입했다는 시각이 있다. 대선판에서 당 대표가 선대위 밖으로 나가는 초유의 상황으로 김종인 위원장이 원톱 장악력을 발휘하게끔 길을 터줬다는 논리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1차 당무 보이콧 때 울산회동으로 김종인 위원장을 합류시키고 선대위를 출범시켰듯, 이번에도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이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가 대선 정국에 발을 빼고서 '자기 정치'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윤 후보와 소통하고 등 물밑 정치력을 발휘해 선대위를 개편할 수도 있는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선대위를 박차고 나갔다는 지적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선대위를 그만뒀지만, 그 외 당내 중진, 심지어 원외 청년최고위원까지 여러 이야기가 분출되는데 전부 자제할 때가 아닌가"라며 "'윤핵관'은 실체가 없다. 꼭 빈집에 들어가서 도깨비 봤다고 소리치고 나오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김은혜 대변인도 "윤핵관이라는 분들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만일 그런 분이 있었다면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일임하며 선대위 운영을 해달라고 전권을 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 대표와 선대위 각각에 대한 호불호로 인해 '집안 싸움'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당사 앞에선 보수 유튜브 채널이 주축이 된 '이준석 탄핵집회'와 중앙대학생위원회의 '신지예 영입 반대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렸다.

한편, 김종인 위원장은 이 대표의 '선대위 해체론'과 관련해 "그건 이준석의 의견이다. 현시점에 총괄본부장들의 사표를 받아서 새롭게 선대위를 구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둘 조치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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