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선대위원장 등 직책을 내려놓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와 측근들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이 윤 후보의 눈과 귀를 가려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23일 KBS 라디오에서 "윤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제대로 실어줬다면 (김 위원장이) 당장 선대위를 해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게 아니라 리모델링에 그친 것을 우회 비판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김건희 리스크' 대응 방식을 특히 강도높게 비판했다.
윤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 씨 관련 의혹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엄호하고 감싼 것을 두고 윤 후보를 막아선 인(人)의 장막, 즉 '윤핵관'(윤석열 후보측 핵심 관계자)이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조수진 최고위원이 앞선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김 씨 허위이력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당내 교수 출신 의원 8명이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예를 들면서 "불리한 전장에 아무 의미 없이 병력을 줄지어 투입하는 '축차투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선캠프 때부터 윤 후보를 도와 '윤핵관' 대표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에게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장 의원을 '정치장교', '블랙요원'에 빗대면서 "현재 선대위 내 아무 직책이 없는데 별의별 소리를 다 한다", "굉장히 정보력이 좋으시거나 핵심 관계자임을 선언하신 것", "직도 없는데 비선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한다" 등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21일 장 의원이 페이스북에 "당 대표와 공보단장이 이틀째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며 선대위 전반을 비판한 글에 반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날 장 의원은 이 같은 이 대표 발언에 대해 "감정적인 인신공격에 대응하면 진흙탕 싸움밖에 안 된다. 지금은 정권교체와 후보만을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머지않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엄중한 시기에 당이 진흙탕 싸움에만 빠져 있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는 없다. 민주당만 이로울 뿐이다. 참고 또 참겠다"고 밝혀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 대표의 선대위 사퇴와 연이은 날선 공세를 놓고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는 가운데 선대위 쇄신과 개편을 유도하고자 이 대표가 '충격요법'을 도입했다는 시각이 있다. 대선판에서 당 대표가 선대위 밖으로 나가는 초유의 상황으로 김종인 위원장이 원톱 장악력을 발휘하게끔 길을 터줬다는 논리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1차 당무 보이콧 때 울산회동으로 김종인 위원장을 합류시키고 선대위를 출범시켰듯, 이번에도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이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가 대선 정국에 발을 빼고서 '자기 정치'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윤 후보와 소통하고 등 물밑 정치력을 발휘해 선대위를 개편할 수도 있는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선대위를 박차고 나갔다는 지적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선대위를 그만뒀지만, 그 외 당내 중진, 심지어 원외 청년최고위원까지 여러 이야기가 분출되는데 전부 자제할 때가 아닌가"라며 "'윤핵관'은 실체가 없다. 꼭 빈집에 들어가서 도깨비 봤다고 소리치고 나오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김은혜 대변인도 "윤핵관이라는 분들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만일 그런 분이 있었다면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일임하며 선대위 운영을 해달라고 전권을 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 대표와 선대위 각각에 대한 호불호로 인해 '집안 싸움'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당사 앞에선 보수 유튜브 채널이 주축이 된 '이준석 탄핵집회'와 중앙대학생위원회의 '신지예 영입 반대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렸다.
한편, 김종인 위원장은 이 대표의 '선대위 해체론'과 관련해 "그건 이준석의 의견이다. 현시점에 총괄본부장들의 사표를 받아서 새롭게 선대위를 구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둘 조치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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