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16일 밤 방송을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부인 김건희 씨와 지인인 언론인과의 '수다' 내용을 공개했지만 이렇다 할 정치적 반향을 일으킬 만한 내용은 없었다.
이날 방송 내용은 ▷정국 현안을 바라보는 김 씨의 시선이 담긴 다소 정제되지 않은 발언 ▷윤 후보 캠프 운용 전반에 대한 김 씨의 총평 ▷통화 상대인 언론인을 향한 도움 요청 등이 주를 이뤘다. 정치권에선 다소곳한 이미지 연출로 일관한 후보 부인의 위선적 행태에 대한 공격 빌미는 되겠지만 후보를 흔들 만한 내용은 방송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며 후속 보도 역시 이날 방송 수준이라면 전화 통화 내용 폭로가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이날 오후 8시 20분부터 방영된 프로그램을 통해 김 씨와 유튜브 방송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의 통화 내용(7시간 45분 분량) 가운데 일부를 보도했다. 방송에서 김 씨는 이 기자에게 "(남편이) 검찰총장 되고 나서 이렇게 대통령 후보까지 될지 상상이나 했겠어. 그런데 (우리) 남편을 누가 키워줬느냐. 진보 성향 유튜버나 민주당 내부에서 자기 존재감 키우려고 사안을 계속 키운 거야. 사실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항상 자기 편에 적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박근혜를 탄핵시킨 쪽은 진보 진영이 아니라 보수 진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씨는 성폭력 고발운동인 '미투' 열풍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김 씨는 "나는 안희정이 불쌍하더만. 솔직히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되게 안희정 편이야"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주목했던 일반적 내조 범주를 넘어 김 씨가 이른바 공직에 개입했거나 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발언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보단 차원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야당도 공직자 또는 공직후보자 배우자가 사사로운 관계를 이용해 국가권력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입장 발표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음 주 보도될 후속 보도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순 없는 상황"이라며 "방심하다 허를 찔리는 일이 없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방송은 지난 14일 법원의 결정(사생활·진행사건 관련 내용 방송불가)에 따라 애초 편집본에서 대폭 수정된 내용으로 구성됐다. MBC는 오는 23일 한 차례 더 관련 내용을 방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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