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보고 싶어도 미안해서 못 봅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설 연휴는 꿈도 꾸지 못한 채 매일 추운 거리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24일 대구 A법인 택시회사 해고 택시기사 13명은 회사 대표가 살고 있는 수성구 한 아파트 입구 앞에서 체불 임금 지급 및 부당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영하의 한파 속에서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지난 3일 시작했으니 벌써 23일째다.
◆하루아침에 일자리 잃은 택시기사들
A사는 지난해 12월 31일 '성실 근로 위반'으로 인한 경영 악화와 고령운전기사의 '촉탁직 계약 기간 만료' 등을 이유로 소속 기사 13명을 해고했다.
회사 측은 기사들이 월 납입금(375만원)을 제대로 내지 못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촉탁직(단기계약근로자)인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들은 계약 기간이 만료돼 해촉했다고 주장했다.
1986년 설립된 이 업체는 한 때 소속기사가 7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1명도 남지 않았다. 지난해 2월부터 경영난을 이유로 기사들을 내보내기 시작해 연말에는 마지막까지 버티던 13명마저 해고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택시기사들은 앞날이 막막하다. 해고 기사 전영균(79) 씨는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해 명절인데도 일부러 가족들을 부르지 않았다. 집에는 아픈 아내도 있어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김기태(63) 씨 역시 "당장 돈이 급해 긴급생계지원금을 신청했다. 초등학생 손자들에게 세뱃돈 줄 형편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측의 말도 안 되는 요구…최저임금도 못 받았다"
기사들은 해고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승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월 375만원의 납입금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카카오T 블루 등 호출 플랫폼 도입도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고, 촉탁직 계약서를 써본 적도 없다는 게 기사들의 주장이다.
기사들은 회사 측이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영우 이 회사 노조위원장은 "6시간 40분 이상 근무할 경우 최저임금을 보장받도록 했으나 편법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5월 A사를 포함한 법인택시 회사 7곳을 대상으로 소정 근로 시간 이상 근무 시에는 납입금(375만원)을 납부하지 못하더라도 최저임금(월 189만원)을 지급하라고 중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택시가 손님을 태운 시간만 근로 시간으로 계산하고, 손님을 태우지 않은 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했다. 이 계산법에 따라 최저임금 기준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다고 기사들은 설명했다.
◆ 사측 "불성실 근로자 징계 가능", 구청은 "개선명령 예고"
이에 대해 A사 측은 "회사를 나서면 사업주의 관리감독을 벗어나기 때문에 근로시간에서 제외했다"고 반박했다.
미터기에 운행 시간이 찍혔을 때 외에는 기사가 운행 대기를 하는지, 개인 볼일을 보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기사들이 '전액관리제'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폈다. 전액관리제에서는 기사들이 매일 발생하는 수입을 모두 회사 측에 입금해야 하는데, 입금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회사 징계 규정에 따라 불성실 기사들에게 통보 후 징계위원회에 참석 시켜 사유를 얘기했고, 본인들도 인정했다"면서 "1차로 주의를 줬음에도 고쳐지는 것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관할구청인 수성구청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현장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노사관계여서 구청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아직 구체적 논의는 되지 않았으나 노사 양측의 입장을 잘 들어보고 참작해서 2월쯤 개선 명령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구경북의 임금체불 근로자는 1만8천430명, 체불액은 1천118억5천800만원이었다. 특히 30인 미만 영세기업의 체불액이 72.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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