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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재능없음’을 이겨내는 법

좌절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좌절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대학에서 자퇴를 세네 번 경험했다. 종교학, 사회복지, 영어영문학을 공부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스물여섯에 겨우 광고를 만났다. 꿈을 찾았지만 한 편으로 두렵기도 했다. 나의 기량은 대학 1학년부터 광고를 공부한 친구보다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늘 시작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6년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이다.

학창 시절, 나는 광고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창업 한 후, 내가 광고에 천재적인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광고 의뢰를 받으면 기쁘면서 부담되었다. 직원들의 월급 걱정을 덜 수 있어서 기뻤고 또 좋은 아이디어를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되었다.

창업한 지난 9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떻게 해서든 아이디어를 찾아 발표를 한 것 같다. 밥을 먹으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아이디어에 집착했다. 아이디어 발표를 했을 때 낙담한 광고주의 표정을 보는 건 끔찍했기 때문이다.

나는 늘 생각과 싸웠다. 그렇게 싸우다 어느 날 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버튼을 누르면 내가 원하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자판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자판기의 기능은 이렇다. 신발, 옷, 병원, 대학, 공공분야의 버튼을 누르면 광고 아이디어가 툭 떨어지는 자판기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직접 이런 자판기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바로 하루에 10개의 카피를 쓰는 일이었다. 그 일을 매일매일 했다. 10은 적은 숫자이다. 하지만 10일이 지나면 100이 되어있고 30일이 지나면 300이 되어 있었다. 꾸준히 10개의 카피를 매일 쓰니 한 달 후엔 300개의 카피가 탄생해 있었다.

물론, 그 중에서 쓸 만한 카피를 10%도 채 안되었다. 그럼에도 기뻤다. 300개 중에서 1~2개의 카피만 세상에 탄생할 수 있어도 대성공이었다. 광고주가 대단한 아이디어를 기대해도 부담되지 않았다. 회사로 돌아와 아이디어 자판기의 버튼만 누르면 되었다.

나의 '재능없음'을 나만의 루틴으로 이겨내려 했다. 반복의 힘은 무서웠다. 아무리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도 매일 쓰면 실력이 늘기 마련이다. 물론 과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근육이 붙는다. 어느 정도 근육이 붙으면 웬만한 통증은 느껴지지 않고 이겨낼 수 있다. 나는 광고주의 오펜스를 단단한 근육으로 디펜스했다.

우리의 분야에서 지금도 좌절하는 사람이 많다. 상사의 기대치, 의뢰인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자신의 능력을 한탄한다. 그럴 필요 없다. 나처럼 재능 없는 사람도 루틴의 힘을 빌어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는 루틴을 만들어라. 그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짓을 해라. 그러다보면 실력이 늘고 툭 하나 던져도 좋은 것이 나오는 때가 온다. 그런 근육이 붙는 날이 온다.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주)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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