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지역감정 선동 대선 후보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작년 12월 대구경북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칭송'을 늘어놨다. 누구보다 박 대통령을 혹독하게 비판했던 이 후보 입에서 나온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발언들은 뜨악할 정도였다. 그러나 대구경북 표를 얻으려는 궁여지책(窮餘之策)에서 나온 칭송이기에 필자는 이 후보의 박 대통령 평가가 조만간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말 바꾸는 데 선수인 이 후보, 역시나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주 광주 유세에서 이 후보는 "박정희 정권이 자기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전라도는 일부 소외시켜서 싸움을 붙였다"고 했다. 또한 "제가 열세 살에 공장을 갔더니 이상하게 관리자는 경상도 사람, 말단 노동자는 다 전라도 사람이었다"고 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박 대통령을 칭송했던 이 후보가 박 대통령을 영호남 지역 차별, 지역 갈등의 원인 제공자라고 '저격'한 것이다.

지역감정을 부추긴 이 후보의 광주 발언은 동기, 의도 모두 불순하기 짝이 없다. 이 후보는 경기 지역 순회 일정을 급히 변경하고 광주를 찾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쫓겨나고, 텃밭인 호남 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치자 부랴부랴 광주를 방문해 원색적인 지역감정 조장 발언들을 쏟아냈다. 아무리 표가 급하다고 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이 후보의 이중성(二重性)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경북 안동을 방문해서는 "지금은 영남이 역차별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호남에 가서는 박정희 대통령을 타깃으로 삼아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대구경북에서는 문재인 정권을 겨냥하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식이다. 지역을 넘어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 후보로서 매우 부적절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진영, 이념, 남녀, 세대, 빈부 등 '갈등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마당에 표를 얻으려고 적나라한 지역감정 선동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은 대통령 후보 자격을 의심하게 하는 행태다. 국민을 편 가르기해 정략적 이득을 취한 문 정권을 답습하겠다는 말인가. 지역감정 앞에 '망국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이 후보가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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