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회복이 정체되는 데 반해 올해도 물가는 야속하게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기호식품인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원재료 가격이 인상되었다고는 하지만 한 잔, 5천 원이라는 뉴스에 아침 차를 끓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추운 날씨 언 몸을 녹이며 따뜻한 밥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기사 식당의 정식 가격이 5천 원 정도인 걸 고려해 본다면 지금의 커피 값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수치이다.
물론 나 역시 누구보다 커피를 좋아하고, 에스프레소로 하루의 시작과 마감을 하는 애호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루에도 한두 번씩 방문하는 커피숍, 사람들은 자신이 마시는 커피의 가치를 무의식적으로 인정하며 주머니에서 지갑을 서슴없이 꺼낸다. 며칠 전 커피숍, 옆 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귓가에 남는다. 그들이 잡은 잔에는 커피 이외에도 현재에 대한 불만과 변화를 원하는 바람이 담겨있었다.
물론 커피를 마시며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위안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원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커피숍에 걸음 하는 대신 가끔은 서점을 향하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 50%가 작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기사를 보면서 커피값은 쓰더라도 책을 구입하는 것은 인색한 듯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의미는 고정된 생각의 틀에 갇히기 쉽다는 뜻이다. 변화하려면 새로운 지식을 얻어야 하고, 얻은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는 절대적인 시간도 필요하다. 책은 모티베이터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장석주 작가의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능동적인 자세를 가진 책읽기는 지식과 지혜의 확장이 이루어져 한 사람의 세계관과 정신, 마음의 깊이를 성장시킨다.

번잡한 일상들로 마음이 평온하지 않을 때는 종이 위의 활자들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마음에 와닿지 않기도 한다. 그렇기에 책 대신 손쉽게 지식을 구할 수 있는 SNS나 유튜브가 책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고 혹자는 말한다. 하지만 책과 대체재들은 사뭇 다르다.
책을 내기 위해 작가가 수년에 걸쳐 연구하고 사색한 것과 달리, 보다 자극적이고 시각적인 내용으로 짧은 시간 만들어낸 자료들에서 지식과 재미는 구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고(思考)의 시간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읽다 덮을 때면, 생각의 호수에 내 마음이 다다른다. 그럴 때면 지난 삶을 반추하게 되고, 주위 다른 이들의 삶의 결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찾게도 된다. 책을 본다는 것은 삶을 깊게 바라보게 하고 느림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다. 책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머무르게도 하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타임머신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책은 눈이 아닌 가슴으로 보고 마음에 담아야 한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면 독특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단순하고 표면적인 지식이 아니라, 담백하지만 정리된 사고를 하는, 깊게 우러난 차의 맛이 대화 중에 느껴진다.
논어 〈위령공〉편을 보면 책과 사고에 대한 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읽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속기 쉽고,
생각만 하고 책을 읽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
새로운 삶,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면 반드시 어제와 다른 오늘이 있어야 한다. 이솝우화에서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와 같이 '누워서 입만 살아있다'가 만약 당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내일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진정한 나를 찾을 방법 또한 책에 있다는 것을 다산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다산 정약용, 그는 다방면에 거쳐 책을 펴냈고, 그 양은 500권이 넘는다. 두보를 능가하는 시인이자, 화성축성, 기중기를 설계한 토목공학자이자, 백성들을 위해 마과회통, 촌병흑치 등의 의학서를 저술한 의학자이기도 했다.
수많은 업적을 남긴 다산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방대한 독서였다. 그가 아들과의 서신에서 유배지라는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을 온전히 지키는 방법은 독서에 있다고 하였다. 그는 책 읽는 것이 진정한 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했으며, 책 읽는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고도 하였다.
세상에서 무슨 소리가 가장 맑을꼬,
눈 쌓인 깊은 산속의 글 읽는 소리로세,
부득상북독서성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기적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라는 르네 데카르트의 명언처럼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훌륭한 스승을 곁에 두는 것과 같다. 인생의 나침반과 같이 좋은 스승을 곁에 둔다면 삶을 나아가는 방향 또한 지혜롭게 향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더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모색할 수 있으며 꾸준한 독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변화도 가능케 할 것이다.
이번 달이 가기 전에 책 한 권으로 마음이 새로운 우주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어제와 다른 내일을 꿈꾼다면 때로는 커피숍이 아닌 서점에 우리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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