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의 전제 중 하나인 군위의 대구 편입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요약하면, 군위-의성 공동 유치에 결사반대하던 군위군수가 대구 편입을 약속해 주면 공동 유치 신청하겠다고 해 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 25명이 모두 서명까지 했는데, 최근 경북의 일부 의원이 관련 법안 상정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 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정권교체를 위해 한 달도 안 남은 대선에 모든 걸 쏟아부어도 시원찮은 시국에 왜 이미 약속한 일을 번복해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이를 두고 온갖 해석과 추측이 나온다. 그중 하나가 노림수다. 대구경북의 숙원 사업이자 백년대계인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이 물 건너가면 어쩌나 하는 위기감에 일단 급한 대로 군위군수의 요구를 수용한 뒤 뒤따르는 도의회나 국회 법안 처리 단계에서 의원으로서 권한 행사를 하면 된다는 계산을 미리 했다는 것이다. 공항은 공항대로 추진하고 군위도 대구에 안 내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 아니냐는 가정이다.
우연인지 '경상북도 관할구역 변경(안)'이 지난해 많은 도의원의 반대로 우여곡절 끝에 겨우 도의회 찬성을 얻었고, 이번엔 국회에서 다시 경북 의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최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관련 법안이 일부 경북 의원의 반대로 상정되지 못했다. 법안소위의 경우 통상 만장일치 의결이 원칙이어서 상정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사실상 무산된다. 군위의 대구 편입을 가장 반대하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그 위원회 소속이다.
타이밍도 고려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온통 대선에 관심이 다 쏠려 있을 때 어수선한 틈을 타 국회에서 군위의 대구 편입을 조용히 무위로 만들려 한 거 아니냐는 것이다. 이 전략이 탄로 난다 하더라도 대선 정국에서 지역 현안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 묻힐 수 있고, 여론 역시 대선을 앞두고 지역 이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경북도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이번 '반대 사태'에 대한 대응이 미지근한 게 왠지 미심쩍다는 것이다. 몸이 단 대구와 달리 뒷짐을 진 듯한 느낌을 주는 게 김 의원에 암묵적 지지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것. 이미 공동 유치라는 목적은 달성했고 군위는 대구에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태를 방관하면서 속으로 김 의원을 지지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유가 뭐든, 정치적 계산이 어떻든, 설사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것도 지도자의 약속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후 지역의 또 다른 큰일이 있을 때 이런 선례는 불신을 낳게 한다. 누가, 어느 지역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뒤집고 약속을 내팽개치는 지도자들을 믿고 약속을 하겠는가. 시도지사, 국회의원은 물론 시도의원까지 찬성하고 서명을 했는데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을 뒤집고 판을 엎는다면 지역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9일 연다고 하던 경북 국회의원들의 회동마저 전날 밤 갑자기 취소됐다. 군위의 대구 편입 문제와 관련해 경북 의원들의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갑작스레 취소됐다. 보다 못했는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이 문제와 관련해 대구경북 의원 전체 간담회를 소집했다고 한다. 지켜볼 일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