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中 '편파 판정' 후 올림픽 특수 실종…유통업계 "효과 적어 마케팅 중단"

자영업자들 특수 사라져 울상…식당가 배달 건수 크게 감소

8일 저녁 시간대에 찾은 경북대 북문 근처의 한 식당에는 손님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심헌재 인턴기자
8일 저녁 시간대에 찾은 경북대 북문 근처의 한 식당에는 손님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심헌재 인턴기자

지난 8일 오후 5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광장코아 인근 돼지갈비집. 텔레비전에는 한다솜·이의진·이채원 선수가 출전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스프린트 예선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안에 있는 사람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사장 백모(64) 씨뿐이었다. 20년 이상 이 가게를 지켜왔다는 백씨는 "1999년 가게를 시작하면서 그간 여러 올림픽이 있었지만 지금이 최악"이라며 "올림픽 특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시작된 지 일주일 가까이 돼가지만, 자영업자들이 기대했던 '올림픽 특수'는 실종돼 울상을 짓고 있다.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데다 오후 9시 영업시간 제한으로 주점 등에서 올림픽의 열기를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올림픽과 관련된 마케팅을 준비하지 않아 올림픽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다.

중국의 편파 판정 논란 이후 올림픽을 집에서도 관람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면서 배달 건수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지난 7일 오후 8시 이후 열린 쇼트트랙 남자 1천m 준결승에서 황대헌·이준서 선수가 각각 조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을 당하면서 "개최국 중국이 메달 다 가져라", "자체 보이콧하겠다"는 네티즌 반응이 이어지면서다.

대구 남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37) 씨는 "식당·카페 등 가게 영업시간이 올림픽 기간 내내 오후 9시로 제한된 데다, 개최국 편파 판정 논란이 계속되면서 집에서 올림픽을 보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배달도 줄었다"고 했다.

대구 북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47) 씨는 "'공정함'을 잃은 올림픽을 나조차도 보지 않고 싶다. 올림픽 보려고 치킨을 시키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치킨집 종업원은 "월드컵 최종예선 때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고 했다.

8일 저녁 시간대에 찾은 경북대 북문 근처의 거리가 한산하다. 거리두기와 편파 판정 논란으로
8일 저녁 시간대에 찾은 경북대 북문 근처의 거리가 한산하다. 거리두기와 편파 판정 논란으로 '올림픽 특수'는 사라졌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얘기다. 심헌재 인턴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 소비의 큰 수혜자였던 백화점조차도 올림픽 마케팅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간 백화점들은 올림픽 시즌이 되면 '페스티벌' 등 이름을 내걸고 개최국과 관련된 전시·공연, 의류·식품 할인전을 진행해왔다. 지역의 백화점 관계자들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관련 행사가 전혀 없다"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관심도 적고 여론도 좋지 않은 올림픽의 마케팅 투자 대비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며 "7일부터 일부 판촉행사가 금지된 터라 업계에선 당분간 마케팅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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