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힘 '여론조사 방식' 사실상 거부…일단 판만 유지

안철수, 후보 적합도 묻는 '여론조사' 통해 정권교체 나설 선수 결정 제안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 감안 수용 곤란…與 지지자들 역선택 우려도
투표용지 인쇄 전 물밑 협의…극적 효과 연출 더 늦을 수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사진은 이날 인천 송도의 한 차량광고업체 차고지에 주차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선거운동용 버스와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차량광고업체에서 제작 중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 모습(위).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사진은 이날 인천 송도의 한 차량광고업체 차고지에 주차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선거운동용 버스와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차량광고업체에서 제작 중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 모습(위). 연합뉴스

3·9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일 첫 날인 1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함에 따라 야권 대선주자 단일화 논의가 공식적으로 협상테이블에 올랐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누가 나서는 방식의 정권교체를 바라는지 국민의 뜻을 확인하자'며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야권단일화 방식(적합도조사)을 그대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일단 안 후보의 제안을 고려해보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내심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두 후보 사이의 지지율 격차를 감안하면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분위기다. 다만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고 일단 '판'은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아직 양쪽에서 파격적인 양보안을 내놓을 만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양측의 신경전과 협상 줄다리기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윤 후보가 이날 안 후보의 제안을 수용했기 때문에 양측의 협상은 이전보다는 공개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한 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 차원에서 제안하신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한다"면서도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애초 자신이 제안한 '담판' 방식이 아니라 '여론조사' 방식으로 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안 후보의 여론조사 요구는 언감생심이라며 당장 안 후보 측에 담판 방식의 단일화 협상을 압박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가 '적합도' 조사에서 뒤집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도발을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으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쉽게 판을 깨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분열은 필패'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 자칫 먼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가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진영 지지자들의 눈밖에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우선 투표용지 인쇄일인 28일까지 물밑 의견 교환을 시도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담판 방식의 협상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단계에선 '지분' 분배 협상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후보뿐 아니라 주변의 이해관계도 얽힌 만큼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신경전보다 오히려 더 극심한 진통을 야기할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후보에게 새 정부 초대 책임 총리를 제안하는 방안부터 공동 정부 내지 연합 정부 수립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거론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은 극적인 효과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합의 시점이 더 미뤄질 수도 있다.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 경우 사전 투표일인 3월 4∼5일 전까지 안 후보 측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 할 경우 비판은 윤 후보에게 집중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양측 협상의 관건은 국민의힘이 얼마나 양보를 하느냐"라며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얼마나 지지율 격차를 내느냐에 따라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의 전개양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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