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까지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어느새 폐막까지 일주일여를 남겨 두고 있다.
개막식이 열린 4일 베이징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해외 입국 확진자를 제외한 수치다. 5일 1명, 6일 3명의 확진자를 끝으로 중국 방역 당국이 발표한 13일까지의 베이징 코로나 확진자는 0명이다. 중국 방역 당국이 발표하는 코로나 확진자 통계를 믿을 수 있느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의 봉쇄 방식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오미크론 코로나 유행이라는 악재 속에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방역 측면에서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는 전적으로 올림픽 참가 선수단과 운영진 및 자원봉사자, 공안 등 관계자를 경기장과 숙소 및 미디어센터 등 '폐쇄 루프'라고 불리는 공간에 격리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선수들은 물론, 자원봉사자들조차 올림픽 기간에 자택은 물론 베이징 시내로 출입할 수 없어 베이징 시민과의 직접 접촉 자체가 불가능하다.
주요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과 옌칭, 그리고 장쟈커우의 경기장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지만, 정작 베이징과 중국의 거리 풍경, 대회를 치르는 베이징 시민의 반응을 전혀 볼 수가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톈안먼 광장이나 만리장성 등 베이징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관광지는 고사하고 폐쇄 루프를 벗어날 수 없어 관광은 고사하고 편의점이나 마트 출입도 할 수 없다. 배정된 선수촌과 호텔 내 간이 매점 수준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간편식 정도를 살 수 있지만, 그마저도 엄청나게 비싼 바가지 물가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게다가 개막식 논란부터 쇼트트랙을 비롯한 여러 종목에서의 판정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대회 운영에 합격점을 주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가 아닌 중국인들을 위한 '중화체전'이라는 조롱을 베이징 동계올림픽조직위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급기야 중국 선수마저 판정 불이익을 받자 중국 스스로도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어쨌든 20일이면 베이징을 밝히고 있는 '성화'는 꺼지고 각국 선수단은 자국으로 돌아가고 중국은 올림픽 개최 성공을 자축하면서 시진핑(习近平) 주석에게 공을 돌리는 대대적인 선전전에 나설 것이다.
왜냐면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초 베이징에서는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의 하나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정협(정치협상회의) 등 양회가 속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중국이 추구하는 초강대국 미국과의 패권 구도의 교두보이자, 시 주석의 치적이 된다.
물론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의 집권 기반 강화를 목적으로 열린 것은 아니지만, 올림픽을 잘 마무리한다면 시 주석으로서는 소기의 정치적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올림픽을 개최한 시 주석의 정치적 성취와는 별도로 전 세계가 '시진핑 중국'과 시 주석이 추구하는 중국몽(中國夢)의 실체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은 '함께하는 미래'(一起向未来·Together for a Shared Future)다. 올림픽조직위는 슬로건에 대해 "인류가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회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중국은 '중화민족주의'와 '중화패권주의'를 지나치게 과시했다.
개막식 때 선보인 마지막 성화 주자로 신장(新疆)자치구 출신의 위구르족 크로스컨트리스키 선수 '디니거얼 이라무장'과 한족 스키점프 선수 자오쟈원을 내세운 것도 신장 인권 문제를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행사한 미국 등 서방에 대한 정치적 정면 대응이었다.
시 주석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내부 결속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으로서의 품격과 국제적 위상을 구축하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올림픽을 위해 베이징을 봉쇄하고 격리하듯이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베이징은 물론, 중국 전역을 봉쇄하는 전체주의도 불사하는 곳이 중국이라는 것을 십분 과시한 올림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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