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文정부 5년, 지역 목소리 전할 'TK출신 고위직' 어디갔나

산업부 실장들 잇따라 퇴직…지자체 사업 소통 어려움 토로
'TK패싱' 고착화에 이어 탈(脫)공직 등으로 인물 기근현상 우려

정부세종청사 전경. 정부청사관리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정부세종청사 전경. 정부청사관리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대구경북(TK) 출신 고위 관료들의 '인물 기근 현상'이 심화되면서 관가에서 지역 출신의 고위직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현 정부 임기 내 'TK 패싱' 인사 형태가 고착화된 가운데 TK 출신의 일부 유능한 고위 인사들은 저마다 이유를 안고 '탈(脫) 공직'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출신 고위직 인사 자체가 줄어들 경우 차기 정부는 물론 향후에도 예산과 국책사업 등 대응에 지역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정부 직통 창구가 더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관가와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지역 현안과 밀접한 주요 정부 부처에서 TK 출신 고위관료들이 공직을 떠나거나 본부를 비운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지난달 대구 출신의 김정일 신통상질서전략실장(차관보급)이 퇴직하고 민간 기업행을 택했다. 김 전 실장은 국내 5대 그룹 계열사의 임원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통상과 에너지 정책 등을 총괄하며 에너지혁신정책관, 자유무역협정정책관 등 요직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퇴직 후 공기업 및 공공기관 수장 자리가 보장된 산업부 1급 공직자의 기업행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다른 대구 출신으로 산업혁신성장실장과 산업기술융합정책관,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등 주요 보직을 거친 장영진 기획조정실장도 지난달 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관이나 협회로 가신 건 아니고 명예퇴직한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경우 포항 출신의 윤종진 안전정책실장은 지난해 말 본부를 떠나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지방자치인재개발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문경 출신의 김학홍 행안부 민방위심의관도 올 초부터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분권기획단장으로 파견돼 본부를 비웠다.

과거 TK 출신이 크게 활약했던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은 지역 출신 명맥이 끊기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지방재정경제실장 등 요직을 거친 성주 출신의 김현기 전 지방자치분권실장도 2020년 21대 총선 출마를 위해 공직을 떠났었다.

전통적으로 TK 출신이 강세를 보여온 기획재정부에서도 분위기가 바뀐 지 오래다.

나라 곳간 열쇠를 쥔 기재부 예산실에서는 부처 행정의 주축인 과장급에서도 지역 인물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게 기재부 출신 고위 관료의 설명이다.

이 고위 관료는 "예산실에 그나마 있는 지역 출신들도 지역 발전, 애향심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라며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향후 10년 뒤에는 장·차관급에 오를 만한 지역의 유능한 인물이 없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부처에서는 지역 출신의 고위직 간부를 찾기조차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더욱 좁아진 소통 창구에 지자체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구시 세종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대면 교류가 어려워졌는데 지역 출신 고위 관료들을 찾아가려 해도 만날 인물이 없는 수준"이라며 "지역 출신들과 소통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예산과 사업을 따내야 하는 모든 지자체들이 비슷한 입장일 것 "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세종사무소 관계자도 "해가 갈수록 접촉할만한 지역 출신 고위직이 줄어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도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선 문제가 없어야 한다. 세밀하고 꼼꼼한 전략으로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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