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뿌리' 또는 '텃밭'인 대구경북(TK)을 찾아 지역 숙원에 대해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실상은 자치단체 제안을 토대로 서로 엇비슷한 공약을 내놓고 유권자의 이목을 흐릴 뿐이다.
여야 양강 후보가 TK를 찾아 '선물 보따리'로 내놓은 공약을 들여다보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조속 추진, 울릉공항 추진, 대구~광주 달빛내륙철도 건설 등 대동소이하다. 두 후보의 TK 공약 내용 및 세부 계획에선 차이를 찾기 어렵다.
이 후보가 이달 1일 발표한 경북 7대 공약과 윤 후보가 지난해 말 공개한 경북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모두 통합신공항의 성공을 위한 접근성 개선(대구경북선, 구미역~통합신공항철도 등)을 강조했다.
첨단산업 분야에선 경북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 산업과 관련해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산업 선도를 위한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육성을 내세웠다. 차이는 이 후보가 이차전지·소재산업을 내세웠고, 윤 후보는 ▷전자부품 SW 플랫폼 구축 ▷반도체 전자부품 기술지원 플랫폼 구축 ▷고전압 부품 인증센터 등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두 후보 모두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 의약산업 인프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북 북부를 신약 개발을 위한 글로벌 의료산업 벨트(이재명), 바이오 신약 개발 클러스터(윤석열) 등으로 조성하겠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대구 공약도 ▷통합신공항 건설 조속 추진 ▷KTX 경부선 도심구간 지하화 ▷취수원 다변화 ▷문화산업 허브 조성 등이 공통으로 들어갔다.
신성장 동력으로 이 후보는 미래차·로봇·의료산업 육성을 강조하지만 윤 후보는 '5+1'이라는 제목 아래 이 후보가 내세운 3가지에 ▷물 산업 ▷에너지산업 ▷ICT 융합산업을 더했다. 언뜻 윤 후보가 더 많은 '당근'을 제시한 듯 보이지만 이 후보는 물 산업을 취수원 다변화와 묶음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실상 큰 차이는 없다.
TK 공약에서 양 후보 간 차이는 대구의 경우 도심 군기지 이전(이재명)과 대구경북 경제과학연구소 설립(윤석열), 경북의 경우 육군사관학교 이전(이재명)과 원자력 발전(윤석열) 공약 정도이다.
윤 후보의 원전 관련 공약(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소형모듈원자로 특화 국가산단조성 및 그린수소 플랫폼 구축)은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탈원전 정책 폐기를 강조했던 터라 지역 맞춤 공약이라기보다는 당의 정책 방향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이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를 둘러싼 여야 간 정치 논리 대결로 시작하다 보니 지역민의 삶은 뒷전으로 밀리고, 지역 방문 일정이 닥치면 그제서야 자치단체에서 제안 받은 정책을 뒤적인 탓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이달 초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가 정치권에 제안한 대선 공약만 442개에 소요 추정 예산이 762조5천497억원에 달한다"며 "정치권이 지역별 정책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과 공약의 위험 부담을 줄이고자 자체 고민 없이 자치단체 요구를 수용하니 빚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처장은 또 "공약을 보면 현실성이 없거나 지역 간 상충하는 내용이 포함돼 '일단 대형 사업부터 던지고 보자'는 느낌"이라면서 "윤 후보는 TK에서는 통합신공항을 글로벌 경제 물류공항으로 만들겠다면서 충북에서는 통합신공항과 경쟁 관계가 될 청주공항의 허브화 사업을 꺼냈다. 이 후보는 TK에서 이차전지·백신·수소산업을 이야기하고 충북 오송에서도 바이오·이차전지·수소산업 육성을 내세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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