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시장을 안정시키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하루 빨리 화해하길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유모(29) 씨는 지난 1년간 벌었던 주식 수익을 모두 반납하고, 마이너스(-) 수익률로 진입했다. 유씨는 미국증시에 3천만원을 투자해 작년 말 기준 50% 수익률을 냈지만 올해 초 폭락을 맞아 현재 -40%를 기록했다. 유씨는 "주가가 폭락해 증권사에서 추가 담보금을 넣으라는 전화·문자가 온다"며 "최근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로 계좌 보기가 두렵다"고 했다.
직장인들에게 '재테크 암흑기'가 덮쳤다. 주식·암호화폐·부동산 시장이 하락기를 맞으면서 '영끌'과 '빚투'로 투자시장에 뛰어든 2030 직장인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결혼 준비를 위해 암호화폐에 투자한 손병국(28) 씨는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에 반반씩 나눠 투자했다. 비트코인은 5% 정도 수익이 났지만 알트코인은 -40%까지 손해를 봤다.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31) 씨는 "월급을 알트코인 6~7종에 분산투자했는데 최근 계좌를 보니 -60%까지 가있었다"며 "팔면 진짜 잃은 돈이라는 생각에 손절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집값 하락세도 직장인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다. 박모(39) 씨는 지난해 말 대구 달서구의 100㎡ 아파트를 5억원대의 가격을 주고 샀다. 하지만 올 초 4억원대의 급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씨는 "애써 무덤덤한 척했지만 당분간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셋째 주(-0.02%) 이후 이달 둘째 주(-0.90%)까지 14주 연속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구의 매매수급지수는 81.2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데,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파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지역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주택가격 변동에 취약한데, 작년 6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37.7%로 광역시 평균(36.3%)보다도 높다.
그간 재테크 수익률에 비해 이율이 크게 낮았던 은행 예·적금이 2030세대 사이에서 재평가되기도 한다. 2년간 매달 최대 50만원을 넣으면 연 10% 안팎의 금리가 적용되는 '청년희망적금'의 사전조회에만 200만 명이 몰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니, 원금을 보장해주는데 이자를 10%씩이나 준다" 등 소문이 이어지며 투자로 큰 손실을 본 2030세대들이 이례적으로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사전조회 후 가입 대상자 알림을 받았다는 이모(27) 씨는 "원금을 보장해주는 은행 상품을 이제껏 몰라봤다. 10% 이자는 덤"이라며 "투자가 어려운 시기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김상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불안정한 국제정세 등 외부 요인으로 주식·가상화폐·부동산 재테크 시장의 빙하기라고 불릴 만큼 수익률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시장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이 같은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위험 회피 성향이 나타나면 예·적금, 금,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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