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은 'MBTI 과몰입' 사회인 듯하다. MZ세대라면 자기 소개에 MBTI 유형을 빼놓지 않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MBTI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다.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자신의 MBTI를 밝히며 서로 "잘 맞는다" "맞지 않는다"고 떠들고, 동계올림픽 중계에서도 출전 선수들을 소개하며 이 성격 유형을 함께 알려줄 정도다.
최근에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일부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MBTI 유형을 쓰라거나 '외향적인 E 성격 유형을 우대한다'는 문구를 버젓이 써놓기도 한다. 일부 카페는 직원 모집 공고에 특정 MBTI 유형을 거론하며 이들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MBTI는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 유형론에 근거해 'E(외향형)-I(내향형)' 'S(감각형)-N(직관형)' 'T(사고형)-F(감정형)' 'J(판단형)-P(인식형)'의 4가지 기준으로 사람의 성격을 유형화한다. 이를 조합하면 총 16가지 성격 유형이 도출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2030을 중심으로 자신이나 타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대선판에서도 MBTI가 빠질 리 만무하다. 대선 후보들은 자신의 테스트 결과를 홍보하거나 테스트를 활용하는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ENFJ'라 자신을 소개했다. 언변이 좋고 사람을 끄는 전형적인 리더십을 가진 유형으로, 윤 후보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도 같다"며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식 홈페이지인 '재명이네 마을'과 '이재명 플러스'에서 'JMBTI 소확행 테스트'를 통해 유권자의 성격 유형에 따라 맞춤형 공약을 소개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교적인 외교관'형인 ESFJ라고 밝힌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자신이 'E' 유형임을 드러내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후보의 MBTI 유형을 보고 표를 던지겠다는 2030세대들도 있다. 네거티브 일색의 '역대급 비호감 대선'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겠다는 서글픈 상황이 MBTI로까지 번진 것이다.
다만, MBTI에 대한 의학·과학적 신뢰도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 세계 80억 인구를 1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는 것도 무리이고, 인터넷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검사는 더욱이 정확도가 떨어지는 만큼 대선 후보 평가에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MBTI 검사를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ENFP 유형인데, 한국 성인에게서는 ISTJ 유형이 가장 흔하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우 "직업을 바꿀 때마다 MBTI도 바뀌었다"며 "그 직업을 하는 데 최적화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MBTI가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는 것이고, 바꿔 말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검사 결과를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12일이다. 아직 국민과 만날 시간과 자리가 충분하고, 두 번의 TV 토론도 남아 있다. 이제 MBTI는 재미로 남겨두고, 후보들의 자질을 평가할 때다. 미래를 열어갈 대통령감을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대선 후보들이 제대로 된 마지막 레이스를 펼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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