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새 정부가 한복을 씽킹(thinking·생각) 했으면

임상준 경북부 차장
임상준 경북부 차장

"난 왜 한복에 수를 놓는다는 것을 씽킹(생각)하지 못했을까?"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이다. 돌아가신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부산 국제시장의 한 포목점에 들러 소매에 수를 놓은 한복을 보고 영감을 얻는 일화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훔쳤을 정도라니,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영화에 잘 녹아 있다는 평을 받는다.

긴 여정의 대선 열차가 종착역에 닿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초박빙의 승부로 당선됐다.

당선 축하를 전하기보다는 당장 윤석열 정부는 어떤 디자인을 한 정책 옷으로 갈아입을까 궁금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 정부의 디자인 '씽킹'은 우리의 한복과 닮았으면 한다.

한복은 민족 고유의 의상이다. 5천여 년 한민족의 삶에서 기본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당대의 생활 문화와 시대 상황, 미의식에 따라 형태와 구조가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국경이 희미해지고 세계화 물결 속에서도 '우리 것'을 잘 지켜 나갔으면 한다. 북한이나 중국을 향해서는 그간의 '굴종 외교'란 의혹이 '쏙~' 들어가게 할 말 하는 자주 정부가 되어야 한다.

한복은 대체로 상체는 밀착되고 하체는 풍성한 하후상박 구조가 보통이다. 부동산, 세금 등 주요 민생 정책은 잘사는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닌 중산·서민층에 방점을 둔 하후상박을 닮으면 좋겠다.

한복의 구조는 직선과 평면으로 재단, 단순한 것 같지만 바느질 방법으로 보면 모든 옷의 시접 솔기를 꺾는 방법이 정확하게 정해져, 짜임새가 있다.

정부의 각료들과 공무원은 한 땀, 한땀 어긋남 없이 잘 짜여진 한복의 바느질처럼 각자의 역할에서 일사불란하게 맡은 바 역할을 해 주는 '맵시 나는 정부'였으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국민의당 안철수·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국민의당 안철수·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복은 서양복처럼 처음 만들 때부터 입체적인 체형에 맞게 만들지 않고 평면적인 형태로 짓는다. 그래서 입은 사람의 체형에 맞춘 듯이 입체적으로 변한다. 법과 규제는 원칙을 갖고 엄격하게 적용하되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닌 기업을 살리고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실용적 규제여야 한다.

사회·문화 정책도 '한복 빼박'이면 어떨까.

한복은 옷감의 선택이나 색상, 바느질법 등에 따라 같은 형태의 옷도 제각각 다른 옷으로 표현되는 다채로움이 있다. 옷감의 상태에 따라 광택과 질감이 상이해 형태는 같아도 다른 옷이 된다.

국제법과 국제적 표준을 지키면서도 문화의 다양성과 상대성을 견지, 세계 문화가 한국에서 융합되는 비빔밥 정책을 펼치는 정부를 바란다.

하지만 한복의 진짜 아름다움은 입는 사람의 정갈하고 고운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법이다. 권력에 취한 모사꾼 심사라면 제 아무리 잘 지은 한복을 걸쳐 입은들 한복의 멋은 깃들지 않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지난 정부의 과에 얽매이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어진 마음가짐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책 방향이 달랐다고, 네거티브를 당했다고 상대를 복수의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지면 관계상 줄이고, 한복에 대해 더 알고 싶거들랑 경북도에 문의하면 된다.

경북도는 이미 한복의 미(美)와 중요성을 바로 알고 '한복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복 인프라를 토대로 한국한복진흥원을 건립한 바 있으며 현재는 ▷한복 메타버스 구현 ▷무형문화재 조속 지정 및 지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남북 공동 등재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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