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대형마트등에서 해외맥주를 들여와 4캔에 1만원으로 팔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맥주 입맛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높아진 맥주에 대한 눈높이는 '수제 맥주' 혹은 '크래프트 맥주'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흐름을 따라 대구에서도 시민들의 주목을 받는 크래프트 맥주 펍(Pub)이 몇 군데 생겨났다. 대구 중구 김광석길에 위치한 '대도양조장'은 최근 대구 안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크래프트 맥주 펍이기도 하다.
크래프트 맥주를 제조하는 전 공정을 관리하는 양조기술자들을 일컬어 '브루마스터'라고 한다. 크래프트 맥주는 이들 브루마스터의 손길을 통해 다양한 맛의 맥주로 거듭난다. '대도양조장'의 브루마스터 제라드 해치(Jared Hatch) 씨는 많은 연구와 노력을 통해 시민들의 입맛을 공략하는 다양한 맥주를 내놓고 있다.
미국 출신의 해치 씨는 미국에서 과학 교사로 일했었고, 그 이후에도 인도와 시리아 등지에서 교사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시라아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다른 거주지를 알아보던 중 한국에서 영어 원어민 교사 직장을 얻은 아내를 따라 대구에 살게됐다. 그렇게 대구에 산 지 10년째라고. 그에게 맥주는 삶의 한 부분으로 늘 자리잡았다.
"인도와 시리아에 살 때에도 맥주를 만들어서 마시기도 했죠. 미국은 홈 브루잉(Home Brewing, 집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 보편적이고 홈 브루잉을 하다가 전문적인 브루마스터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그러면서 홈 브루잉을 하는 사람들 모임도 나가게 됐고, 맥주 관련 잡지에 기고도 하고, 관련 대회에서 상도 받아봤죠."

2019년 '대도양조장'이 문을 열 당시 정만기 대표가 브루마스터로 해치 씨를 초빙했고, 그는 제안을 수락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창궐하기 시작한 코로나19도 문제였지만 아직은 대구 안에서 '크래프트 맥주'라는 개념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
해치 씨는 처음에는 대중적인 맛의 맥주를 먼저 선보이며 대구 시민들의 입맛을 공략해나갔다. "맥주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맥주 맛과 품질 자체는 크게 인정한다"는 손님들의 평가를 받았고, 이 때부터 다양한 맛의 맥주를 내 놓으며 점점 시민들 사이의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10년 전에 비해 대구의 맥주 문화도 많이 발전됐고 건강해졌다고 생각해요. 대구시민들은 골든에일이나 필스너, 라거처럼 처음에는 익숙한 맛으로 2~3잔 정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맥주부터 먼저 도전하시더군요. 그러다가 점점 독특하고 개성적인 맥주로 옮겨가시죠. 이런 경향을 반영해서 지금은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 유행하면서도 음용성도 충분히 담보하는 맥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해치 씨는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비어챔피언십에서 '아시아 최고 브루펍'으로 선정됐던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도양조장과 이 곳의 맥주를 대구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해치 씨는 "대구가 다른 도시보다 훨씬 나은 크래프트 맥주 문화를 만들어내고 한국 내 다른 도시에서도 대도양조장의 맥주를 맛보기 위해 대구를 찾는 경우가 생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꿈"이라며 "그 결과로 대도양조장이 아시아 최고의 브루 펍이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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