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 중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를 시장으로 선출한 곳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의 성지인 구미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국민의힘은 탈환을 벼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어게인 2018'을 외치며 사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먼저 국민의힘에선 지난 선거 당시 현 장세용 시장에게 약 3천600표 차이로 석패한 이양호 예비후보가 재도전에 나섰다. 이 예비후보는 "경선에서 탈락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배수진까지 쳤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지난 선거에서 보수 후보 난립으로 장 시장이 '어부지리' 당선된 상황을 결코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자신부터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예비후보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지난 4년 간 와신상담했다. 낙선 이후 구미를 떠나지 않고 시민들과 적극 소통해왔다"며 "구미는 위기에 빠졌다. 농촌진흥청, 외교부, 농식품부 등 중앙정부에서 30여년 일했던 제가 구미를 되살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장호 예비후보는 유일한 50대 주자로서 젊은 패기를 앞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도 근무한 김 예비후보는 풍부한 재정 관련 행정 경험과 폭넓은 인맥을 강점으로 호소하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경북도에선 신공항 추진지원반장을 맡았다. 구미가 신공항 배후도시로 거듭나는 데 있어 저보다 적임자는 없다"고 말했다.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지지율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두 자릿수에 이르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얼마나 부여하느냐에 따라 경선 당락이 좌우될 전망이다.
경북도의원 출신의 김석호 예비후보는 다섯 번째 구미시장 선거에 나섰다. 이번 대선 때 선대본부 동서화합미래위원회 유세지원본부장을 맡은 김 예비후보는 윤석열 정부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윤 당선인과 함께 위대한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을 누볐다"면서 "당선인께서 말씀하신 전기차, 플라잉카, 드론 등 첨단미래산업을 활용해 구미공단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경북도의원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장까지 지낸 이태식 예비후보가 "불요불굴의 준비된 세일즈시장이 되겠다"며 참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최근 이 예비후보 측 실무자가 이양호 예비후보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대량 유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거전 시작과 함께 위기를 맞았다. 이 예비후보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경우 어느 예비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경선 판도가 출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밖에 경북도의원과 경북도 정무실장을 지낸 김영택 예비후보는 "40대 초반에 경북도의원에 당선된 뒤 오직 고향 구미만 생각했다. 아침이 행복하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구미를 만들기 위해 10년을 준비했다"며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기업인 출신의 원종욱 예비후보도 "침체된 구미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구미공단을 누구보다 잘 알고 기업 흐름을 잘 알아야 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주자 간 경쟁이 격화하는 데 대해 구자근(구미갑)·김영식(구미을) 의원은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지난 선거 패배를 절대로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데에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선 현 장세용 시장이 "행정은 연속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찌감치 재선 도전을 선언했다. 지난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경선 결과에 불복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감행한 김봉재 전 구미갑 지역위원장은 이번엔 민주당 소속으로 옷을 갈아입고 재수에 나섰다. 다음 주 출마 선언 예정인 김 전 위원장은 "병원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심 없이 구미시정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잇따른 출사표로 대구경북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기초단체장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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