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로 감동 전했다" 윤여정, 美 아카데미 시상자로 무대 올라

'난민과 함께' 파란 리본 달고 우크라이나 지지 표시해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트로이 코처(53)가 윤여정이 건넨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으로 알려진 코처는 지난해 개봉된 영화 '코다'에서 청각장애 아버지 '프랭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의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75)이 수어로 수상자를 발표해 화제다.

27일(현지시간) 윤여정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진행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부문 시상자로 무대를 올랐다.

윤여정은 지난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전년도 수상자를 시상자로 초대하는 아카데미 관례에 따라 올해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할리우드 배우가 아닌데도 할리우드에 다시 와서 너무나 기쁘다"라며 "엄마가 '사람은 뿌린 대로 거둔다'고 말했는데 엄마 말을 잘 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한 것에 대해 한소리한 게 미안하다"며 "올해 후보들 이름을 보니 발음이 쉽지 않다. 미리 사과드린다"고 말해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냈다.

남우조연상 후보에는 '벨파스트'의 키어런 하인즈, '코다'의 트로이 코처, '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의 JK 시몬스, '파워 오브 도그'의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맥피가 이름을 올렸다.

수상의 영예는 청각장애인 배우인 트로이 코처에게 돌아갔다.

윤여정은 트로이 코처를 호명하는 동시에 수어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트로이 코처는 수어로 소감을 전했다. 양손을 사용해야 하는 그의 옆에서 윤여정은 트로피를 대신 들고 소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트로이 코처는 수화로 "제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아카데미 모든 분께서 저희의 연기를 인정해 주심에 감사드리고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상영된 것과 백악관에서 상영된 게 놀라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얼마 전 스필버그 감독의 책을 읽었는데 감독은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며 "션 헤이더 감독은 뛰어난 커뮤니케이터였고 모든 제작진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늘 수상은 농인과 코다(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건청인)와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며 전 세계 농인, 코다, 장애인 커뮤니티를 향한 따뜻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그의 소감을 들은 객석의 참석자들은 박수 대신 양손을 들어 제자리에서 흔드는 수어로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영화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가족과 세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던 소녀가 음악과 사랑에 빠지며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내용이다.

한편 이날 윤여정이 시상식에서 입은 의상도 화제를 모았다. 검정 드레스를 입은 그의 왼쪽 어깨 부분에 유엔난민기구에서 전개하는 캠페인인 '#WithRefugees'(난민과 함께)의 파란색 리본이 달렸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난민을 지지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