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패륜아' 영상 속 욕받이 노인이 우리 아버지였습니다

밖에서 이유없이 욕 먹고 자식에게 제대로 털어놓지도 못해
50대 아들 "눈물 꾹 참았어…찾아서 사과라도 받고 싶어"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최근 고령의 노인들이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20~30대 청년층들에게 무차별 폭행이나 욕설을 듣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모서리로 60대 남성의 얼굴을 가격한 20대 여성에 대해 피해자 가족이 엄벌을 요청한 가운데, 이유도 없이 욕설을 들은 남성이 본인의 아버지라는 한 누리꾼의 사연이 소개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저의 아버지임을 알고 손이 떨렸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50대 남성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오늘 점심 식사 중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켰고 메인 화면에 '1호선 패륜아'라는 영상을 무심코 봤다"며 "유난히 해당 영상이 눈에 띄더라"고 밝혔다.

영상을 본 A씨는 화들짝 놀랐다. 청년에게 말없이 욕설을 듣고만 있는 영상 속 노인이 본인의 아버지였던 것. 앞서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6일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1호선 패륜아'라는 제목의 영상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46초 가량 되는 이 영상에는 검정색 옷 입고 모자를 쓴 한 청년이 앉아있는 노인을 향해 "나이도 XX 많은 것 같은데 인생 똑바로 살아라. 인간 같지 않은 XX야. 직장도 없지. XX 같은 XX. 돈도 없어서 그 나이 먹고 차 하나 없어서 지하철 타고 다니냐? 아주 쪽팔려. 나 같으면 죽었어. 왜 살아? 나이도 XX 많은 것 같은데"라며 폭언과 욕설을 쏟아낸다. 이 남성에게 노인은 "알겠습니다" "미안합니다"만 연신 반복했다.

A씨는 "영상을 보고 심장이 벌렁거리고 눈을 의심했다"면서 "여러 번 돌려보니 지하철 호선이나 가지고 계신 핸드폰과 외모, 목소리가 곧 80이 되시는 저의 아버지가 확실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숨을 고르고 눈물이 꾹 나는 걸 참고 아버지께 조심스럽게 여쭤봤다"면서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하던 아버지가 인정 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감기도 안 걸릴 정도로 건강하셨던 아버지가 그 날 이후 몸살로 앓아누워 이상했었는데, 그 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셔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고 추측했다.

영상 속 남자에게 사과라도 받아내기 위해 흥신소에 문의했다는 A씨는 "마음 같아선 그 청년을 찾고 싶지만 흥신소 사장은 단서가 부족해 찾기 힘드니 경찰서에 신고 해보는 걸 이야기 하더라"며 "그냥 무시하고 털어버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욕죄로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조언을 구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버지 좋은 차 있지만 다리에 장애가 있으셔서 지하철 타고다닌다 이 XX야"라며 영상 속 문제의 남성에게 보란 듯 덧붙였다.

해당 사연에 많은 누리꾼들은 A씨에게 위로를 건네는 한편,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꼭 잡으세요","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너도 커서 꼭 저런취급 받을거라고 저 청년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내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꼭 처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등 분노를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