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 건설기업인 화성산업㈜이 경영권 분쟁이라는 파고를 넘어 3세 경영 체제로 접어든다. 31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3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 다만 화성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이번 갈등으로 흔들린 조직을 추스리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과 유통, 형제 공동 경영으로 쌓은 탑

화성산업은 지역민의 관심 속에 성장해온 대구 대표 기업 중 하나다. 특히 창업주 2세인 이인중 명예회장과 동생 이홍중 회장 간 공동 경영 체제가 모범적으로 운영된 곳. 그런 만큼 지역사회에선 이번 경영권 분쟁을 두고 안타까워 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창업주인 고(故) 이윤석 명예회장(2015년 작고)은 1958년 대구를 기반으로 화성산업을 설립했다. 공사 대금 대신 받은 상가 건물에 동아백화점을 연 것은 1972년. 화성산업이 급성장한 데는 이윤석 명예회장의 3남(인중, 홍중, 익중) 2녀 중 유통 부문을 맡은 이인중 명예회장과 건설 부문을 책임진 이홍중 회장의 힘이 컸다.
형제애는 어려울 때 더 빛났다. IMF 외환위기 때가 첫 고비. 대구를 대표하던 기업답게 화성산업은 지역사회의 요청에 응했다 위기에 몰렸다. 지역상공인들이 공동 설립한 대구종합금융을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부터 지켜달라는 부탁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 하지만 대구종금은 폐업했고, 그 여파로 화성산업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두 형제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내한 끝에 워크아웃을 극복했다.
10여년 전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 때도 둘은 힘을 모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건설업계에 어려움이 닥쳤다. 화성산업도 주택경기 침체와 미분양 가구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등 휘청거렸다. 2010년 이인중 명예회장이 유통 부문을 전격 매각, 확보한 자금을 건설 부문에 투입한 게 회생의 밑거름이 됐다. 대구백화점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백화점이란 타이틀은 잃었지만 회사는 살렸다.
2019년 형제 경영 구도에는 변화가 생겼다. 이인중 명예회장 대신 그의 아들 이종원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이다. 이종원 대표는 숙부인 이홍중 회장과 공동대표 자리에 오르며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쐈다.
3세인 이종원 대표와 숙부 이홍중 회장 공동 경영 체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이홍중 회장이 지난해 말 자회사 화성개발이 보유한 화성산업 주식 112만주(지분율 9%)를 자신이 지배하는 동진건설에 매각한 게 알려지면서부터다. 해당 주식은 외부의 경영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상호주여서 의결권이 없었으나 동진건설에 매각되면서 그 권리가 복원됐다.
이 덕분에 이홍중 회장은 이인중 명예회장 측과 비슷한 규모(약 20%)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이인중 명예회장 측에선 "회사 지배력을 높여 단독으로 경영권을 쥐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반면 이홍중 회장은 "공동 경영 체제에서 나를 배제하려 해 방어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경영권 3세 이전 두고 형제 간 갈등 격화
사태는 악화했다. 배임을 이유로 한 맞고소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종원 대표는 이홍중 회장이 동진건설에 화성개발 소유인 화성산업 지분을 매각한 게 배임이라며 고소했다. 최근엔 이홍중 회장이 반격, 이종원 대표를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이종원 대표가 자신의 지배 아래 있는 광고업체를 통해 화성산업 광고를 하면서 과다한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이다.

과거 회사를 살렸던 유통 부문 매각도 서로를 찌르는 창이 됐다. 이홍중 회장은 "이인중 부자는 건설 비전문가다. 유통 부문을 헐값으로 매각,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인중 명예회장 측은 "유통 부문을 2천680억원에 팔아 매각 차익 723억원을 실현하고 회사를 위기에서 건져 올렸다"고 지적했다.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신경전은 더 치열해졌다. 주주제안을 통해 이홍중 회장이 신규 이사 후보 4명을 추천하자 이종원 대표는 최근 임시이사회에서 사장과 회장 직책을 맞바꾸는 안건을 의결하면서 자신도 신규 이사 4명을 추천했다.
정기주총이 열리기 이틀 전 극적으로 합의가 됐다. 이종원 대표를 회장으로 선임하고 이홍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 또 화성산업과 관계사인 화성개발, 동진건설을 빠른 시일 내에 계열 분리한다. 이종원 대표는 화성산업, 이홍중 회장은 다른 두 회사를 맡아 독자 경영 체제에 들어간다.
이종원 대표는 "그동안 물밑 협상과 표 대결 준비를 병행해왔다. 주총 전 합의에 이르러 다행이다. 회사를 추스르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기회도 찾겠다"며 "계열 분리와 지분 정리가 마무리되면 고소 취하도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갈등 속에 흔들린 회사를 추스르는 게 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화성산업은 2021년 시공능력평가에서 대구 1위(전국 44위)로 서한(48위), 태왕(72위)보다 앞선다. 이런 구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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