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벤처 CEO] <7> 권미진 애그유니 대표

모듈형 다단재배 시스템 '레노'…특용작물 시장 정조준
최적의 토양 환경 제공, 병충해·뿌리병 예방하는 스마트 재배 시스템
"농업, 먹고사는 문제 아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만들고파"

권미진 애그유니 대표. 애그유니 제공
권미진 애그유니 대표. 애그유니 제공

경북테크노파크에 본사를 둔 애그유니는 모듈형 다단재배 시스템인 '레노'를 개발한 애그테크(Ag-Tech) 스타트업이다. 애그테크란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최첨단 농업 기술을 의미한다.

모듈형 다단재배 시스템 레노는 의료용 대마, 백수오, 천마 등 토양 재배 특용작물에 특화된 제품이다. 배합토의 온·습도 제어부터 병충해 예방 기능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정밀하고 균일한 특용작물 재배를 가능케 한다.

지난 2019년 회사를 창업한 권미진 대표는 짧은 시간에 애그유니를 세간의 주목을 받는 기업으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특허청과 한국여성발명협회가 주관한 '2020 생활발명코리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에이펙 베스트 어워드(APEC BEST AWARD)를 통해 '그랑프리 상'을 거머쥐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년이 농업 기술 분야에 도전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아 보인다.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나?

▶왜 여자가 굳이 농업과 관련된 창업을 했냐는 질문은 평소에도 많이 듣는다. 대답은 '내가 해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창업하기 전에는 국내 한 농업회사법인의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전문적인 농업인은 아니지만, 다양한 미래 농업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이때부터 농민을 위한 농업 기술이 아닌, 산업으로서의 농업 기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특히 나 같은 비농업인도 농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며 창업에 대한 결심으로 이어졌다.

-모듈형 다단재배 시스템 레노는 무엇인가?

▶공기압을 활용한 토양 순환유도기술과 입체 모듈 농법이 집약된 총체다. 우선 토양 순환유도기술은 배합토의 온·습도를 제어하고 작물의 뿌리가 영양분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또한 모듈형 프레임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고 식물 생장용 LED의 높이를 각 작물에 맞춰 변경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지능형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 미리 입력된 생육 매뉴얼을 활용한, 작물의 연중표준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는 의료용 대마, 백수오, 천마를 레노에 적용해 시스템 매뉴얼화를 구축하고 있다. 사용자의 토양과 작물 생육 데이터도 1분 단위로 수집하고 있는데, 이는 작물 재배 매뉴얼을 개선하는 데 활용된다.

-미래 농업이 레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제품은 산업 소재용 특용작물 재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두 토양을 근간으로 재배해야 하는 작물이다. 토양 재배 방식은 병충해와 뿌리병이 발생하기 쉽고 균일한 재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레노는 이러한 문제들을 가장 확실하게 해결시켜 주는 대안이다. 특정 작물이 얼마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는지가 산업 소재로의 가치를 결정짓는다. 여기에 우리는 농업인에게 기술을 지원해 작물을 생산하고, 이를 전부 매입해 유통처인 제약, 바이오 기업 등에 납품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준비 중이다.

-현재 사업의 진척도는 어떤가?

▶아직은 상용화 이전으로 현재 테스트 판매를 통해 약 3억원의 매출액만 거둔 상황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경북 산업용 햄프(대마)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의료용 대마 재배에 대한 실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약 660㎡ 규모로 시작해 특구 기간 내 생산 면적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레노를 이용한 백수오 재배 실증도 경산이나 안동에서 약 5~6개월가량 진행할 방침이다. 올해는 레노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준비를 하는 데 집중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애그유니의 목표는?

▶먹고사는 문제로만 생각했던 농업을 4차 산업에 걸맞은 고부가가치 그린바이오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누구나 농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보편적인 일로 만들고 싶다. 그래야 고부가가치의 특용작물 공급도 안정적으로 된다. 훗날에는 특용작물을 재배하며 쌓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사업에 나서려고 한다. 예컨대 작물이 특정 성분만 많이 함유하도록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환자 맞춤형 의료 원료를 생산해 공급하는 길도 열리게 된다.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만의 경쟁력은 남과 다른 경험에서 나온다. 최소한 창업을 할 분야에서 수년은 일을 하며 공부를 해봐야 한다. 창업이 생각처럼 우아하고 멋진 일만은 아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업계가 돌아가는 틀을 모르고 당면한 문제 급급하다 보면 살아남기 힘들다. 경험을 살린 창업이 이런 문제를 최소화할 방법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