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A(30) 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 치료에 들어갔지만 업무 연락이 끊이질 않아 쉴 수가 없었다. 확진자 증가로 유급휴가가 어렵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개인 연차를 사용하며 재택근무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회사는 인력이 없으니 잠시만 봐달라고 했다.
A씨는 "집에서 그냥 잠깐 일 봐주는 건데 무슨 재택근무냐는 소리도 들었다"며 "개인 연차 소진인데도 공공연하게 재택근무를 시키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무급휴직, 연차소진 등 직장 내 부당처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회사 눈치를 보느라 코로나 검사마저 받지 못하고 감기약으로 견뎌내기도 한다.
3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직장 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빚어진 부당처우와 관련해 129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주된 내용은 ▷무급휴가·연차휴가 강요 ▷임금삭감 ▷해고·권고사직 등이다.
대구에서 전시 업종에 근무하고 있는 B(31) 씨는 "지난해 1~2월엔 코로나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일 있는 사람은 회사에 나가 일을 했다. 그 후 월급도 50만원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부당처우가 늘자 아예 자가격리를 피하고자 코로나19 검사를 기피하는 직원들도 생겨난다. 무급휴직이나 개인 연차 소진을 하면서 재택근무까지 할 바엔 차라리 회사에서 버티겠다는 주장이다.
종합학원 국어 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C(30) 씨는 "학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못 받게 하는 건 아니지만 괜히 받아서 확진 나오면 어쩌냐는 분위기가 은근히 있다"며 "재택 근무 요구는 너무 당연하고 일이 많지 않은 시기임에도 확진돼서 재택근무를 하면 일거리를 만들어서 주려고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격리하면 그냥 노는 줄 아는 것 같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직장 내 부당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확진자에 대한 유급휴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도 확진자에 대해선 '유급휴가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확진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제공한 회사는 정부로부터 1일 최대 4만5천원(5일분까지만)의 유급휴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대구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회사는 직원 1명이 빠져도 업무 손실이 크기 때문에 격리 기간을 지키지 않고 일하기를 권장하는 등 유급휴가를 잘 보장하지 않는다"며 "이를 의무화하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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