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로탄산만 찾아요"…음료업계 저칼로리 열풍에 들썩

제로탄산 인기에 지난해 음료업계 신제품 잇따라 출시
여러 업계들도 저칼로리 제품 내놓는 중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오는 7월 보디 프로필 촬영을 위해 준비 중이라는 백재헌(29) 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저칼로리 탄산음료에 빠졌다. 다이어트 중에도 탄산음료는 끊을 수 없어 걱정이었는데, 헬스 트레이너가 저칼로리 탄산음료를 추천해 주면서다. 백 씨는 "지금까지 무칼로리 탄산음료를 먹을 바에는 안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해 왔는데, 의외로 맛도 좋았다"면서 "A사의 오리지널 콜라가 B사의 것보다 훨씬 맛있는데, 반대로 '제로' 제품으로 먹으면 B사 콜라가 A사보다 맛있는 현상이 발생해 재밌었다"고 말했다.

10만 명이 넘는 헬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제로펩시' 등 저칼로리 탄산음료를 대폭 할인하고 있는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회원들끼리 공유하고 있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여겨 자주 마시는 까닭에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구매 하기 위해서다. '나랑드사이다'와 같은 저칼로리 탄산음료는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에 300%가 넘는 온라인 매출을 기록했다.

◆"맛 없다"고 홀대받던 저칼로리 탄산음료 인기···왜

국내에서 저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제로(0) 칼로리를 표방하는 탄산음료는 설탕 대신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 등 인공감미료를 넣은 탓에 본래 제품의 맛과는 달라, 수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장기화된 '집콕' 생활로 체중 증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최근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음료업계는 속속 신제품을 내놓거나 리뉴얼하고 있는 모습이다.

31일 음료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저칼로리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018년 1천133억원, 2019년 1천231억원, 2020년 1천329억원 등 해마다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업계에선 신제품이 쏟아진 지난해엔 2천억원도 넘겼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3년 만에 최소 76.5%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국내 저칼로리 탄산음료는 통상 100㎖ 당 4kcal 미만의 '제로'·'0kcal' 등 표기가 된 제품을 의미한다.

◆저칼로리 탄산음료 작년 줄줄이 신제품 출시

저칼로리 탄산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업계는 새롭게 제품 내놓기에 한창이다. '펩시 제로'를 만드는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2월 '칠성사이다 제로'를 6년 만에 다시 선보였는데, 지난달까지 1억4천만캔이 팔렸다. 한 달에 1천만캔 꼴로 나간 것이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펩시 제로·칠성사이드 제로 등 제로탄산 매출액이 작년에만 875억원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제로음료 인기에 현재 2개 제품 라인업을 5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오는 2분기에는 '탐스 제로(과일맛 탄산음료)', '밀키스 제로(우유맛 탄산음료)', '핫식스 더킹 제로(에너지 드링크음료)' 등 저칼로리 음료를 출시한다.

'펩시 제로슈거'와 '코카콜라 제로'. 사진 각 사

코카콜라는 지난달 한정판 제품인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엔 코카콜라 본연의 맛을 최대한 구현했다는 의미로 '새로운 맛'이라는 표기가 된 제품을 출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국내에서 저칼로리 음료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업계 1위를 다지려는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쟁사가 '펩시 제로슈거'와 '칠성사이다 제로'를 잇따라 내놓자, 코카콜라는 이를 의식한 듯 3월에 '스프라이트 제로'를 출시하기도 했다. 코카콜라는 '몬스터 울트라' 등 저칼로리 에너지 음료도 팔고 있다.

동아오츠카의 제로탄산 음료인 '나랑드사이다'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연매출 2배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0년 재출시된 나랑드사이다는 칼로리·설탕·색소·보존료를 첨가하지 않은 제품이다. 웅진식품이 작년 4월에 출시한 '815콜라 제로'는 지금까지 250㎖ 캔 기준 500만 개 이상이 팔렸다. 지방의 연소를 돕는 아미노산인 L-카르니틴이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고 인기를 모으면서다.

음료업계의 저칼로리 열풍이 여러 업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료음료는 지난해 2월 무칼로리의 '하이트제로0.00'라는 무알코올 맥주를 리뉴얼 출시했다. 아이스크림·도시락·라면 등 식품업계도 칼로리를 대폭 낮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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