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나는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첫 번째는 4살이었을 때다. 어머니와 고모가 방에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고 나는 동네 친구들과 집 옥상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는 느낌에 어머니는 지진이 난 줄 알았다고 하셨다. 정신없이 뛰쳐 나와보니 콘크리트 바닥에 웅크린 자세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내가 있었다고 한다. 4살 밖에 안 된 작은 아이가 옥상에서 추락한 것이다.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도착한 병원에서, 어머니는 생때같은 자식이 사망 혹은 장애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의사의 설명을 들으며 그저 꿈이길 바라셨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의 간절한 기도 덕분에 나는 수술 후 바로 의식을 되찾으며 빠른 속도로 회복됐고 한달도 채 되지 않아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두 번째는 20살, 온 나라가 한·일 월드컵으로 한창 뜨거울 때였다.
이탈리아전을 본 직후 나는 급성맹장염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큰 걱정 없이 수술실로 들어갔고 수술은 금방 끝이 났다. 하지만 수면마취가 풀리면서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슴을 조여오는 답답함과 통증이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숨을 쉴 수 없었다. 순간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렇게 죽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살아온 인생이 영화필름처럼 눈 앞에 빠르게 지나갔다. 다행히 옆에서 상태를 지켜보고 있던 의료진이 빠르게 대처해줘 호흡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만약 옆에 아무도 없었다면 어찌 됐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살다보면 사람으로 인해 상처 받고 사람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차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이 순간이 내가 이 사람과 함께 할 마지막 순간이라면?'같은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어느새 미움과 분노는 사그라들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늘 주어진 순간에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고 나누며 살아가려 노력한다. 죽음의 문턱을 두 번 넘은 후 세 번째 삶을 살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지금 이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연극을 사랑하는 이유도 그 순간의 소중함을 너무도 잘 아는 까닭이 아닐까. 연극은 '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무대에 오르는 매 순간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하다.
나는 내일도 무대에 오를 것이다. 내가 서 있는 그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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