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검찰 지휘부를 비판했던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13일 사의를 밝혔다. 전날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지 하루 만에 나온 검찰 내 첫 사의 표명이다.
이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 글을 올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에게 '검수완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향해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꾸어놓을 만한 정책 시도에 대해 국가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에게는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진정성이 느껴질 만한 제도 개선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된 지 1년여간 사건처리가 급격히 지연되고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를 경험한 건 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검수완박을 하면 이런 사건 지연처리와 실체 발견 불능 사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일단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고 그로 인한 공백은 장기적으로 논의하자'고 한다"며 "수십 년이 지나 경찰 수뇌부가 정치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 장기에 이르는 동안 제2의 국정원 선거 개입, 제2의 삼성그룹 불법 승계는 음지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증권시장 교란 행위, 대기업의 시장 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 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며 "누구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현재의 검찰개혁 논란은 결국 검찰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고,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지난 오랜 기간 검찰이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분쟁을 사법적 수단으로 재단해온 원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칼을 그리 쓰는 게 나쁘다고들 비방하면서도 막상 자기가 칼을 잡으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무기로 그 칼을 휘둘러왔다"며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치권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으로는 수사기관의 그러한 잘못된 관행을 없앨 수 없다"며 "경찰이 정치적 수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차단 장치가 마련돼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 부장검사는 과거 윤 당선인과 함께 국정원 댓글 사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수사 등에 참여해 검찰 내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다. 이밖에 이명박 전 대통령 횡령·뇌물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을 수사해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8일 '검수완박'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있던 김오수 총장 등 검찰 수뇌부를 향해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처럼 사라져 버린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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