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아프고 어린 아이 셋 두고…사망보험금으로 빚 해결하라며 세상 떠난 남편

재혼 후 성실히 살았지만 아이 치료비로 빚만 늘어…잇단 사업 실패로 생활고 시달려
마음 추스를 새 없이 세 자녀 돌보는 엄마, 남편 따라 가고 싶지만 첫째딸이 가까스로 붙잡아

엄마 최현희(가명·36) 씨가 막내 아들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배주현 기자
엄마 최현희(가명·36) 씨가 막내 아들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배주현 기자

"엄마, 나도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데 엄마가 슬퍼할까 봐 참고 있어"

고작 일곱 살인 첫째 딸 세영(가명·7)이 엄마 최현희(가명·36) 씨를 위로한다. 한 달 전 남편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락이 닿지 않던 남편을 찾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남편을 짊어지고 병원에 갔던 최 씨. 첫째 딸과, 4살 둘째 아들, 1살 셋째 아들이 엄마만 바라보고 있지만 최 씨의 삶의 의지는 자꾸 사라져 간다.

◆외로웠던 삶, 아픈 자녀

최 씨는 아버지의 6번의 이혼과 재혼을 겪으며 자랐다. 엄마가 수도 없이 바뀌는 삶에 혹여나 자신이 아빠의 삶에 방해가 될까 눈치만 보고 자랐다. 의지할 곳이 없었기에 성인이 된 후 집을 나왔다. 여행 차 찾은 경북의 한 도시에서 남자를 만났고 첫째 딸 세영이가 생겼다. 혼인 신고만 한 채 이곳에 정착했지만 남편은 가정보다 술이 우선인 사람이었다. 최 씨는 일 년 만에 남편과 갈라섰다.

홀로 선 그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 두고 다방 주방에서 일했다. 그런 삶을 반복하다 몇 년 후 한 남자를 만났다. 성실하고 다정한 모습에 최 씨는 여생을 함께하고 싶었다. 부부가 된 그들은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렸다.

행복한 나날만 이어질 줄 알았지만 삶의 풍파는 거셌다. 첫째 딸과 둘째 아들이 아프면서 일터보다는 병원을 들락날락하는 날이 많았다. 첫째는 심장에 구멍이 나는 심실중격결손을 앓았고 둘째는 이마에 생긴 혈관종과 장협착증으로 아팠다. 아이의 병을 낫게 하고자 부부는 병원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잇단 수술과 치료로 어렵게 번 돈은 늘 부족했고 부부는 퀵서비스, 아르바이트 등 온갖 일에 뛰어들며 실직과 재취직을 반복하며 몇 년을 버텼다.

◆빚에 허덕이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남편

남편의 유서에는 본인의 사망보험금으로 해결하지 못한 빚들을 해결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빚과 가난의 굴레에서 남편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결국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부부는 돈을 더 벌어보고자 도시락 사업을 함께 시작했다. 하지만 그해 코로나19가 덮쳤다. 사업은 제대로 시작도 못 했는데 빚은 자꾸만 늘어났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대출에 손을 대야 했고 결국 집에는 압류 딱지가 붙고 사채업자에게 쫓겼다. 그래도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고자 붕어빵 노점 장사까지 시작하며 발버둥을 쳤지만 끝내 비극의 정점으로 향하고 말았다.

요즘 최 씨는 멍하니 하루를 보낸다. 남편이 떠나고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어린 자녀들을 돌봐야 했다. 떠밀리듯 아이를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혼자 남게 되면 우울함은 거세게 밀려온다. 연락이 닿지 않던 남편을 조금만 일찍 찾으러 나섰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와 죄책감에 숨구멍이 턱 막힌다. '바빠서 잠시 연락이 안 되겠지'라며 편히 밥을 먹었던 본인 모습이 너무 미워 남편이 떠나고 난 뒤 밥 한 숟갈 넘기지 않았다.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에 숱한 자해를 시작했다.

그런 엄마를 딸이 가까스로 붙잡고 있다. 아빠의 죽음을 인지한 딸은 본인도 울면 엄마가 슬퍼할까 장례식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어린 둘째 아들이 아빠를 찾자 "엄마 앞에서 아빠 이야기를 하지 말라"며 동생을 데리고 방에 들어간다. 전 남편과의 이혼으로 한번 상처를 준 딸에게 계속 상처만 주는 못난 엄마가 된 것만 같아 마음은 미어진다.

아이들을 위해 최 씨는 어떻게든 살아야 하지만 밀린 빚, 심지어 처리하지 못한 남편의 장례식 비용을 갚아낼 길이 없다. 남편 사망보험금은 그동안 잦은 약관대출로 인해 받지 못하게 됐다. 무엇보다 아직 다시 일어설 힘이 없다.

골목길 한 주택에 위치한 그의 집에는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들만 가득 쌓여있었고 엄마의 슬픔을 알길 없는 막내아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최 씨 앞에서 방긋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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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 내역]

◆남편과 이혼 뒤 지적장애 남동생 부부 돌보는 원향미 씨에 2,100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사업이 망한 뒤 남편과 이혼하고, 지적장애 남동생 부부를 홀로 돌보는 원향미(매일신문 4월 5일 자 10면) 씨에 2천100만7천5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안현숙 5만원 ▷조진우 5만원 ▷김종균 3만원 ▷이윤정 3만원 ▷최춘희 3만원 ▷신종욱 2만원 ▷장재정 2만원 ▷유명희 1만원 ▷이운대 1만원 ▷가지영 5천원 ▷김진혹 5천원 ▷'권증남혜솜' 1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족 잃고 오랜 투병생활로 생활이 힘든 정은수 씨에 2,426만원 성금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면서 자녀와 연락이 끊겼고 홀로 생활하던 중 병을 앓아 생활이 힘든 정은수(매일신문 4월 12일 자 10면) 씨에 49개 단체 183명의 독자가 2천426만2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세무법인송정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제일안과병원(이규원)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동훈)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16기 동기회 일동 20만원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7기 동기회 일동 20만원 ▷황금치과의원(박철기)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봉산교회(김명묵)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태왕(김수경)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하나회 1만원

▷도경희 380만원 ▷김상태 100만원 ▷이정추 60만원 ▷김진숙 배준범 각 50만원 ▷이신덕 홍지원 각 30만원 ▷김순향 정영훈 각 20만원 ▷강대경 곽용 김복희 김신영 박현숙 서상하 이은숙 이은희 이재일 장정순 전시형 정도영 정원수 조득환 최영조 최영철 최창규 각 10만원 ▷고세경 곽은화 구율원 김성재 김순자 김옥금 김운선 김주도 김진희 김해윤 김효정 박인수 박정희 박준현 박진숙 변대석 서정오 서준교 안금송 안대용 유명식 유윤옥 윤선희 이경자 이종하 임채숙 정영미 정재두 진국성 차금서 최상수 최종호 최한태 각 5만원 ▷방순옥 4만원 ▷라선희 3만3천원 ▷권규돈 김명자 김윤주 남영희 박승호 박정아 박종천 방선귀 배인경 송재일 신광련 신장미 안효임 양유정 이서연 이서현 이석우 이옥희 이응섭 이종완 이효진 장충길 최춘희 하경석 황재영 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곽동희 권오영 김대식 김미조 김상근 김성옥 김은선 김지현 김태욱 류휘열 박현주 신종필 유귀녀 유기준 윤수진 이민경 이영철 이운호 이해수 주상훈 진형구 최복이 최승연 허정 각 2만원 ▷김강현 1만1천원 ▷강지원 권보형 권세라 권재현 김경희 김삼수 김상옥 김상일 김윤희 김일경 김지연 김진만 김태천 김혜린 김황미 문민성 박미경 박애선 박진구 박태용 박홍선 배상영 서철배 오경선 우순화 유명희 윤시화 윤인주 이돈문 이두희 이병순 이성우 이소라 이아영 이재민 이형준 임시완 장문희 전지원 조경희 조민경 조영식 지호열 최경철 허영재 홍수민 각 1만원 ▷김현숙 서제원 이진기 각 5천원 ▷문민성 이장윤 각 2천원 ▷조규범 1천원

▷'주님사랑' '홍종배베드로' 각 10만원 ▷'재원수진' '힘내세요(국민)' 각 5만원 ▷'동차미' 3만4천원 ▷'이웃사랑' '지원정원' '힘내요은수씨' 각 3만원 ▷'강해만이진주' '석희석주' '예수사랑' '힘내세요(대구)' 각 2만원 ▷'익명' '정은수님홧팅!' '조희수건강회복' '지현이동환이' 각 1만원 ▷'애독자' 5천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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