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95> 바다의 은빛 여전사, 구룡포 해녀

경북 포항 구룡포 해녀들이 미역 채취 지원 요청에 영덕군 남정면 부경1리 앞바다에서 미역을 수확하고 있다. 무분별한 채취를 막아 어장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해녀는 공기 줄이나 산소통을 사용할 수 없어 숨을 참고 일하는 세계 유일 직업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포항 구룡포 해녀들이 미역 채취 지원 요청에 영덕군 남정면 부경1리 앞바다에서 미역을 수확하고 있다. 무분별한 채취를 막아 어장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해녀는 공기 줄이나 산소통을 사용할 수 없어 숨을 참고 일하는 세계 유일 직업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돌린 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해녀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돌린 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해녀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돌린 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해녀.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돌린 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해녀.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물질로 채취한 미역을 들어 보이는 구룡포 해녀. 전문 해녀로 백발 노장에도 물질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물질로 채취한 미역을 들어 보이는 구룡포 해녀. 전문 해녀로 백발 노장에도 물질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해녀들이 수확한 미역을 담은 망사리를 바다에 대기중인 어선에 묶고 있다. 미역은 채취하자마자 뭍으로 이송해 바로 햇볕에 말린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해녀들이 수확한 미역을 담은 망사리를 바다에 대기중인 어선에 묶고 있다. 미역은 채취하자마자 뭍으로 이송해 바로 햇볕에 말린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오전부터 물질을 시작해 바다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까지 미역을 수확한 구룡포 해녀들이 테왁에 의지해 부경항으로 헤엄쳐 나오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오전부터 물질을 시작해 바다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까지 미역을 수확한 구룡포 해녀들이 테왁에 의지해 부경항으로 헤엄쳐 나오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오전 내내 물속에서 미역을 수확한 뒤 부경항 뭍으로 올라오는 구룡포 해녀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오전 내내 물속에서 미역을 수확한 뒤 부경항 뭍으로 올라오는 구룡포 해녀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영덕군 남정면 부경1리 어민들이 해녀가 수확해 준 미역을 공동 작업하고 있다. 해녀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확해, 품삭으로 20~25만원 정도 받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영덕군 남정면 부경1리 어민들이 해녀가 수확해 준 미역을 공동 작업하고 있다. 해녀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확해, 품삭으로 20~25만원 정도 받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해녀들이 채취해 준 미역을 어민들이 공동 분배해 집집마다 미역말리기가 한창이다. 미역은 건조 과정이 마지막 품질을 좌우해 맑은날을 골라 수확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해녀들이 채취해 준 미역을 어민들이 공동 분배해 집집마다 미역말리기가 한창이다. 미역은 건조 과정이 마지막 품질을 좌우해 맑은날을 골라 수확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영덕군 남정면 부경1리 앞바다에서 미역을 수확하는 구룡포 해녀.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영덕군 남정면 부경1리 앞바다에서 미역을 수확하는 구룡포 해녀.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이른 아침, 쨍한 하늘빛에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작전지는 경북 영덕군 남정면 부경1리 앞바다.

잠수복 차림의 여전사들. 물질이 시작됐습니다.

한참 만에 물 위로 솟아오르더니 "호~~오이~".

아랫입술을 깨물고 선 긴 날숨을 토해냅니다.

이들은 멀리 포항 구룡포에서 지원 나온 해녀들.

예전엔 이 어촌에도 10여 명이나 있었지만 지금은 0명.

미역 채취 요청에 새벽밥을 물리고 달려왔습니다.

숨 고르기 무섭게 오리발로 하늘을 박차고는 또 자맥질.

파릇파릇한 바닷속을 망사리가 무겁도록 헤집습니다.

잠수 장비라곤 고무옷의 잠수복과 수경, 오리발에

몸을 뜨게 하는 테왁과 몸을 가라 앉히는 연철뿐.

해녀에게 공기 줄·산소통은 불법. 대량 채취를 막는다고

모질게도 만든 법에 물속에선 숨 쉴 권리조차 없습니다.

그것은 숙명. 한숨 크게 들이쉬고는 참고 또 참습니다.

이 때문에 무호흡으로 숨을 참는 물숨은 곧 해녀의 능력.

보통은 5m 내 얕은 곳에서 1분 안에 물질(하군)하지만

10~20m까지 내려가 2분 이상 참는 상군도 있습니다.

욕심은 금물. 자칫 그물이나 낚싯줄 오지게 감기는 날엔

제 아무리 상군이라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질로 거두는 건 해삼·성게·전복·소라 등 10여 가지.

때 놓치면 썩는다고 미역 철엔 숨 돌릴 틈도 없습니다.

미역 채취 보답은 돈으로, 나머지는 현물로 받습니다.

성게를 받아온 날은 물에서 한나절, 뭍에서 또 한나절.

평생 쪼그리고 알을 까 잠수병에 관절염도 달고 삽니다.

수십 년 전 구룡포 어촌계엔 해녀가 100명도 넘었습니다.

지금은 겨우 32명. 그나마 경북에서 제일 많습니다.

평균 나이 70대. 50대는 단둘, 80대도 여섯이나 됩니다.

평생 바다만 보고 살아 온 전문 해녀로, 백발 노장에도

콜 사인에 용병으로 원정 가는 곳만 열 곳이 넘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직 한국에만 있는 해녀문화.

"고령화에 힘도 부쳐 이제 10년 안팎이면 끝입니다"

해녀 출신인 성정희 구룡포 어촌계장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에 비해 '육지 해녀'는 복지·처우가 열악해

소멸되기 전에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뭍에선 잘 걷지 못해도 물에선 날아다닌답니다.

정년은 무슨, 힘들어도 늘 일이 있으니 즐겁다고 합니다.

그렇게 혼쭐나도 또 바다로, 오직 바다 눈치만 살피며

'저승에서 벌어 이승의 자식을 먹여 살린다'는 해녀.

이땅에 진정 위대한 '어머니'를 꼽으라면 바로 이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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