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부서진 꿈, 아이만 바라보는 어린 엄마

부푼 꿈 안고 상경…뜻밖의 임신과 결혼, 폭력으로 무너져
결혼 1년만에 이혼한 뒤 아르바이트 전전하며 아이 양육
전남편 죽은 뒤 추심까지 시달려
생활고·건강 악화로 고통

20대 초반에 뜻하지 않은 결혼을 하게 된 이후 심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한 이다해(32·가명) 씨가 초등학생 아이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다. 김지효 기자
20대 초반에 뜻하지 않은 결혼을 하게 된 이후 심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한 이다해(32·가명) 씨가 초등학생 아이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다. 김지효 기자

어린 시절 꿨던 찬란한 꿈은 이미 산산이 부서진 뒤다. 이다해(32·가명) 씨의 머릿속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회에 발을 다시 디딜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자주 아프고 학교 적응을 어려워하는 아이를 향한 걱정만 켜켜이 쌓여갈 뿐이다.

또래들이 공부 걱정, 진로 걱정을 하던 20대에 다해 씨는 너무 많은 아픔을 겪었다. 뜻하지 않은 임신과 결혼 끝에 마주한 것은 잊을 수 없는 폭력과 두려움이었다. 다해 씨는 보란 듯이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지만 망가진 몸과 마음, 어려운 형편을 상기할 때마다 무너져 내린다.

◆꿈 안고 상경했으나…갑작스런 임신·가정 폭력으로 고통

대구에서 태어난 다해 씨는 어릴 적부터 서울의 삶을 동경했다. 무대에 오르는 이들을 보며 자신도 언젠가는 저들처럼 반짝이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다해 씨에게는 재능도 있었다. 힘든 입시를 거쳐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의 뮤지컬과에 합격한 다해 씨는 스무 살, 부푼 마음을 안고 상경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겪은 모든 일이 꿈만 같았다. 다해 씨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연기를 선보였고, 극단 활동을 하며 무대 위에 올랐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배우는 것이 정말 즐거웠고 오래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해 씨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다해 씨는 20대 초반, 극단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와 사귀게 됐다. 그와 사귄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다해 씨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만난 기간이 짧았기에 상대방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신과 결혼을 맞이한 다해 씨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졌다.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는 상황이었다. 다해 씨 남편은 진작 부모님과 연을 끊은 데다 다해 씨 부모님도 딸을 도우려 하지 않아 생활은 많이 어려웠다. 만삭인 다해 씨가 옥탑방을 오르내리며 지내야 할 정도였다.

혼인 신고를 하고 전세 대출을 받았지만, 집을 구해도 형편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음식점을 하던 남편은 임대료로 수입 대부분을 지출했고, 생활비는 카드 리볼빙으로 충당해야 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자 남편은 새 사업을 하겠다며 다해 씨에게 대출을 강요하기도 했다. 생활고가 지속되자 남편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술에 취한 남편은 집기를 집어 던지거나 임신한 다해 씨를 폭행했다. 그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20대 초반 학생이던 다해 씨 친구들은 다해 씨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도 책임지기 버거운 어린 나이에 많은 일을 겪은 다해 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는 없었다. 자신만 참으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 희망하던 다해 씨는, 남편에게 칼부림을 당한 뒤 이혼 절차를 밟았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아르바이트 전전하며 아이 키워…교통사고·전남편 빚 추심까지

가족을 책임지지 않았던 전남편과 달리, 다해 씨는 아이를 잘 키우고 떳떳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주변에서는 큰일을 당한 만큼 안정을 취하라고 했지만, 양육비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복지 혜택을 알지 못했던 20대 다해 씨는 지원금 하나 받지 못하고 4년여 시간을 보냈다. 임대 주택 대기 순번이 너무 밀려 고시원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음식점이나 카페, 물류센터에서 쉴 새 없이 일하며 아이를 키웠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생활이 계속되자 서울 살이가 두려워진 다해 씨는 5년 전 고향 대구로 내려왔다.

한 부동산 소장의 도움으로 월세방을 구한 다해 씨는 여전히 아르바이트로 아이를 부양했다. 청소년 한부모 자격이 됐지만, 생활이 어려워 행정복지센터에 찾아가고 나서야 지원 가능 여부를 알게 됐다. 늦게나마 수급비를 받게 된 다해 씨는 2년 전 LH를 통해 오피스텔을 구했고, 더 나은 주거지로 옮길 수 있었다.

그러나 풍파는 계속됐다. 이사 직후 다해 씨는 교통사고로 허리가 골절됐고, 후유증으로 척추와 디스크에 물혹이 생겨 통증에 시달렸다. 비슷한 시기쯤 문신 있고 덩치 큰 남자들이 집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해 씨에게 전남편 이름을 대며 빚 관련 서류에 서명하라 강요했다. 전남편이 죽었고, 그의 빚 3억원이 아이 앞으로 내려왔다는 설명이었다. 무서웠다.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지지도 않은 빚 때문에 아이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해 씨는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밖에 나가는 일이 두려워졌다.

다행히 재판으로 채무는 청산했으나, 심리 상태가 불안정해진 다해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자 잊고 지냈던 20대 시절 힘든 기억이 떠오르며 무력감까지 찾아왔다. 꿈을 위해 상경했으나, 무엇도 이루지 못한 채 상처만 입고 귀향해야 했다. 또래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자신은 아픈 몸과 마음으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다해 씨는 세상이 무섭고 원망스러웠다.

게다가 다해 씨는 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 같은 극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일주일의 절반을 누워서 생활하고 있다. 입원하면 어린 딸을 봐줄 사람이 없고, 들어둔 보험도 없어 수술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다해 씨 삶의 목표는 딸 뿐인데, 아이가 아빠의 존재를 궁금해하고 배우고 싶은 게 생겼다고 할 때마다 선뜻 말을 잇지 못하는 자신이 미웠다. 점점 혼자서 아이를 감당하기 버거워지는 상황 속에서, 다해 씨는 최대한 아껴도 모자란 수급비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생활고로 무력감 느끼는 세 아이 엄마 정지영 씨에 2,072만원 성금

가사에 무관심하던 남편이 거동을 못하게 된 후 간병을 책임지느라 세 아이와 지속적인 생활고에 시달려 온 정지영 씨(매일신문 4월 22일 11면 보도)에게 2천72만3천701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두드림정신건강의학과 10만원 ▷채움행정사무소(김원일) 2만원 ▷문심학 40만원 ▷이강준 3만원 ▷이동욱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조영식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은서 1만5천원 ▷김태상 1만원 ▷배상영 1만원 ▷이서영 1만원 ▷이현민 1만원 ▷정혜원 1만원 ▷'응원해요' 1만원 ▷'어려운시기조금이지만' 700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의지할 곳 없는 간경화 환자 엄용현 씨에 2,041만원 성금

쪽방서 홀로 간경화 투병하는 엄용현 씨(매일신문 4월 29일 12면 보도)에게 36개 단체, 94명의 독자가 2천41만4천877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다우약품(윤종규)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영곤)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유주영 40만원 ▷이신덕 30만원 ▷김선아 박철기 각 20만원 ▷곽용 박용환 조득환 최창규 허정원 황우원 각 10만원 ▷김용근 김유성 김은성 박정희 박종천 안대용 유명희 이동욱 이창영 임채숙 최상수 최영철 최한태 하경석 하혜련 각 5만원 ▷박미자 4만원 ▷김영수 박승호 신광련 이서연 이석우 이재민 이재열 최춘희 각 3만원 ▷이영수 2만5천원 ▷권오영 권유진 김상기 김지영 남영희 박임상 방태표 배상영 신일성 이해수 홍준표 각 2만원 ▷권오현 김다영 김분옥 김상일 김성진 김주현 김태천 류휘열 박인배 박태용 박홍선 백진규 변희광 성영아 우순화 우철규 유귀녀 이경희 이영수 이운대 이정현 전선수 정서원 정준홍 최경철 하정현 각 1만원 ▷류시배 서형덕 신혜진 안인호 이시환 조용인 각 5천원 ▷김서연 이장윤 각 2천원 ▷최연준 1천원

▷'익명' 100만원 ▷'사랑나눔624' '주님사랑' 각 10만원 ▷'돕기' '하나님사랑' 각 2만원 ▷'돕기' 1만3천원 ▷'석희석주' 1만원 ▷'힘내세요.' 7천777원 ▷'수민' '은빈' 각 5천원 ▷'돕고복받고나누자' 4천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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