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쯤 대구 칠성시장 완구거리의 한 완구사. 어린이날 하루 전인 평일 낮이지만 20~30여 명의 손님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6세 딸 선물을 사러 온 이현지(36) 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캐치 티니핑' 완구 피규어를 찾고 있다"며 "아이가 티니핑 피규어를 하나둘씩 모으는 걸 좋아해 이번 어린이날엔 특별히 4, 5개 정도 선물로 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레고'를 사러 경북 경산에서 온 최모(40) 씨는 "2층 레고 매장에 제품이 다양하다는 소문을 듣고 여기까지 찾아왔다"며 "레고 가격이 최근 들어 많이 올라 30~40만원 하는 제품도 쉽게 보인다. 어린이날을 맞아 20% 할인하는 제품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1983년 문을 연 이곳은 다양한 장난감을 한때 소매가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대구를 대표하는 완구점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그간 판매 비용 등이 뛰고 온라인 이커머스·백화점·마트도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서는 탓에 예전만큼 저렴하게 판매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비싸게 팔 수 있는 희귀한 한정판·포켓몬 카드 등도 정가보다 저렴하게 팔면서 소위 '믿을 수 있는 가게'로 인식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30년 이상 저렴한 가격과 친절 응대로 작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선정되기도 한 곳이다.
2대째 이어오고 있는 이성민(38) 사장은 "황금 연휴가 시작되는 내일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보통 어린이날이 되면 하루 매출이 평소의 4~5배는 뛴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끝나가는 덕분에 앞으로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완구거리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등에 열광하는 이른바 '키덜트'들의 방문도 부쩍 많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원에서 지난 2020년 1조6천억원으로 늘었는데 최대 11조원까지도 성장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저출산 현상으로 장난감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 완구 업계로서는 주소비층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 다만 키덜트들이 찾는 완구 중 한정판 레고·포켓몬 카드 등은 시중에 '가뭄에 콩 나듯' 구할 수 있는 제품이어서 완구 가게 입장에선 아직까지 '낯선 손님'에 가깝다.
완구거리에서 키덜트족이 많이 찾는 건 단연 포켓몬 카드다. 어릴 적 포켓몬을 열심히 봤던 감성이 포켓몬 빵 안의 스티커와 함께 되살아난 것이다. 리셀 시장에서도 정가의 2~3배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이날 찾은 칠성시장 완구거리의 대부분 가게는 '포켓몬 카드 없음'이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있었다. 다만 이 완구사는 '1인 1박스 제한'을 걸면서 가격도 소비자 가격(3만원)보다도 9천원 저렴한 2만1천원에 팔고 있었다. 이 사장은 "많이 팔지는 못하더라도 가격 장난을 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손님을 끌어모으는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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